가을의 선선함을 넘어 겨울로 가는 길이 완연히 열린 느낌이다. 옷깃을 여미고 따뜻한 것을 그리워하는 겨울은 흔히 고난과 시련의 계절로 이해된다.  이 고난의 때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 우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개미는 여름철 내내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했다. 개미가 그토록 열심히 일한 이유는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양식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반대로 베짱이는 뜨거운 여름 동안 그늘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편안한 나날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찾아왔다. 개미는 여름에 모아놓은 양식으로 추운 겨울에도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베짱이는 매서운 추위와 함께 굶주림과 싸워야만 했다. 때로 현대인들이 이 우화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을 본다. 본래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여름 내내 노래만 부른 베짱이는 결국 숲속친구들의 스타가 됐고 겨울에도 노래를 계속 부르며 부와 명예를 누렸다는 것이다.

아마도 '개미와 베짱이' 우화의 본래 의도를 잘못 이해한 탓이리라. 이 이야기의 핵심은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에 대비하는 지혜'에 있다. 성경도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고난을 미리 대비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세상의 삼라만상이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또 겨울이 오듯, 우리의 인생에 있어 좋은 날이 있으면 고난과 고통의 날도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 인생을 향해 찾아오는 고통스러운 일을 피할 방법을 알려주는 대신 우리가 그 고난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우리와 함께 해 주겠다고 말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난의 순간을 만나는 것은 마치 우리 모두가 숨을 쉬는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이다. 그런데 모든 인간이 다 같이 겪는 고난에서 모두가 동일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을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본다.

개미와 베짱이는 고난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달랐다. 개미는 고난이 반드시 찾아온다고 이해했고, 자신의 노력을 통해 다가올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준비했다. 그런데 베짱이는 다가올 고난에 대해 전혀 모른척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고난에 대해서 그것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베짱이도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고난에 대한 대비는 먼저 스스로 고난을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체념하듯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고난의 필연성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이를 대처하라는 의미다. 때로 우리의 인생이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작은 생각의 변화에서 나온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매순간 기뻐할 것과 감사할 것을 말했다. 고난의 때를 바라보는가? 기쁨과 감사를 통해 현실의 고난에 짓눌리지 않고 절망과 슬픔을 이겨낼 용기를 얻으라. 그리고 나아가 준비하라. 그러면 개미와 같은 행복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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