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해 전까지만 해도 다시 군에 입대하라는 꿈을 자주 꾸었다. 분명 만기 전역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영장을 받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하며 몸서리쳤다. 그러나 누구하나 나의 억울한 주장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은 없이 공허한 외침 속에 허우적거리다 잠에서 깨곤 했다. 군대갔다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꾸어 봤을 꿈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군복무 후에 겪는 일종의 외상성 스트레스증후군이라고 했다. 남자들에게 있어서 군복무가 얼마만큼 심적 부담이 있는지에 대한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며칠 전 군대 입대한다며 아들 녀석이 머리를 깎고 들어왔다. 2주 전에 영장을 받아 군에 간다고 했는데 비로소 실감이 났다.


 그간 남자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구박 아닌 구박을 많이 했는데 그랬던 지난날이 모두 후회로 돌아왔다.


 입영에 임박해서야 미안한 마음으로 위로했지만 그 마음을 온전히 전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모자랐다.


 서늘한 늦가을 낙엽이 우수수 지는 날에 입영식이 거행됐다. 그리고 입영식을 마친 아이는 걱정과 달리 여유로운 웃음으로 입영 장정들과 함께 대열을 맞춰 병영으로 사라졌다.


  집에서는 늘 유약한 모습으로 보였는데 입영식을 통해 강건함을 볼 수 있어 무척 다행스럽고 감사했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 그대로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랬다.  이제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가 됐다. 지금까지 보호자, 후견인, 학부모라는 지위와는 영 다르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간 아이를 군대 보낸다거나 국가에 맡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영내에 남겨두고 나오니 국가가 일방적으로 데리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아니라 아이에 대한 권리까지 국가에 맡겼다.


 그런만큼 국가가 잘 맡아서 나라를 지키고, 멋진 남자로 만들어서 건강하게 되돌려주길 바랄 뿐이었다. 우리의 적을 잘 막는 것도 국방이지만 병영 내에서 전우애로 똘똘 뭉치는 것 또한 중요한 전투력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형제처럼 피를 나눌 전우애가 없는 군대가 적을 이길 수 있을까? 병사 간에 반목이 있다면 이미 패배한 군대고, 그를 방조하는 조직이라면 이적행위와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요즘 군복무 중인 아이의 부모로서 심정이 착잡하다. 최근 군에서 일어난 불미스런 뉴스를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전체가 아니라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한 사건이지만 막상 아들을 군에 보내고 나니 걱정은 더욱 크다.  조국의 부름으로 아들들은 기꺼이 병영으로 달려갔다.


 그 부름에 응한 아들들을 군인으로 조련해 조국을 방위하게하고, 내적으로는 돈독한 전우애로 뭉쳐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도록 만드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할 것이다.


 총을 더 잘 쏘고 철조망을 더 단단히 지키는 국방도 좋지만, 우애로운 병영생활을 기초로 내적 에너지가 충만한 전투력을 키우는 것에도 나라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길 바래본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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