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행우문학회 회원)

마지막 달력 한 장이 많은 아쉬움을 안고 달랑달랑 벽에 붙어있다.
 

연말을 앞두고 모임을 알리는 메모가 책상의 달력에 하나 둘 늘어간다.
 

12월은 송년모임이 잦아 서로 겹치지 않기 위해 미리 날을 잡아야 하는 수고를 겪기도 한다. 전에 어떤 직원이 날 보고 '모임이 참 많은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 오늘은 작정하고 세어 봤다.
 

년 1회 하는 모임까지 포함하니 열댓 군데나 된다.
 

각종 동아리, 학교, 향우회 등 종류도 다양해 통장에서 자동 이체되는 회비만도 만만찮다. 그런데 나만 이런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적잖은 모임을 가지고 있다.
 

'왜 우리는 이런 모임으로, 시간적 경제적 투자를 하며 살까?' 라는 생각이 들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봤다. 퇴직을 한 선배들이 말하길 직장에 다닐 땐 잘 모르고 지나치는데 퇴직하고 나니 이 모임 저 모임 찾아다니던 그때가 참 좋았다며, 어딘가에 소속돼 있는 소속감이 참으로 소중한 거란다.
 

그렇다. 우리는 소속감 때문에 여기 저기 모임을 만드는 것이리라. 소외되지 않고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이 큰 위로임을 새삼 느껴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은 자아실현 이라고 말들 하는데, 그 자아실현은 혼자보다는 사회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임이란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어떤 목적 아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이라고 돼 있다.
 

또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는 상황을 말하기도 한다.
 

내 모임 중'사오정'이라는 모임이 있다.
 

여고동창생 넷이서 만든 모임으로 고등학교 때 문예반에서 활동을 한 친구가 2명이고 그 중 하나는 이미 시조시인으로 등단해 열심히 활동 중이다.
 

모임 때마다 작품을 한 편씩 가져와 서로 읽어보기도 하고 서로 교정을 보며 합평회도 하는데 지천명이 넘어서 함께 한 탓인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 딴소리를 할 때가 많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말을 해도 엉뚱하게 알아듣고  옥신각신 하기도 하는 걸 보면 참으로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이유를 들어 모임 명칭을 '사오정'이라고 했다.
 

그 사오정이라는 명칭에 대해 시인인 친구가 멋지게 주석을 달아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했다. '네 명의 여인들이 오십대에 만나서 정답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나?
 

우린 처음 약속한대로 일 년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을 하기로 실천 중이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리면 못간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이렇듯 함께 느끼고, 함께 나누고, 함께 걱정하고, 서로 위로하는 것이 모임임이기에 오늘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다양한 형태의 만남을 통해 올바른 인격형성을 꾀하고 마음의 안정을 도모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반갑고 익숙한 만남을 위해 퇴근 후 바쁜 걸음을 옮겨본다.

/김복회(행우문학회 회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