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초에 개통된 상당산성옛길을 며칠 전 다녀왔다. 전에는 차량이 달리던 길에 한 쪽은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했고, 한 쪽은 나무, 꽃, 조형물, 쉼터 등을 가꾸고 설치해 산성 가는 길이 한층 운치 있고 정겨웠다. 몇 년 전 산성터널이 개통되면서 전에 다니던 산성고갯길은 차량 통행도 드물고 인적도 한산해졌는데 이 고갯길을 걷기 길로 조성한 청주시의 창조적인 기획과 시민 건강과 복지를 위한 시책에 박수를 보낸다.

 상당산성옛길은 몸을 치유하는 힐링길, 희생된 환경을 되살리는 회생길, 지역성을 표현한 흔적길로 돼있었다. 바닥은 아스팔트길이 그대로 있어 좀 아쉬웠지만, 아마 경비를 아끼고, 빗물에 패이지 않게 한 것 같다. 영산홍, 매자나무 등 갖가지 나무, 나눔쉼터, 칸막이도 해놓은 수생식물, 옛길설화, 물 마시러 내려온 토끼가 있는 샘터, 가지가 합해진 소나무와 함께하는 만남쉼터, 상당산성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도, 전부터 있었지만 이제야 때를 만난 듯 더 돋보이는 출렁다리 등 하나하나 다양하고 특색 있게 조성해 무척 감명 깊었다.

특히 굽이굽이 고갯길에 있는 반사경을 커다란 해바라기로 새롭게 태어나게 한 발상의 전환이 놀랍다. 식물 하나 조형물 하나가 모두 우리의 감성과 낭만을 키워주고, 훌륭한 관광자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옛길이다. 함께 걷던 친구들과 잠시 벗어나 걷기 길을 걸으며 옛 생각에 잠겨봤다. 통합 청주시가 되니 낭성면도 미원면도 버스요금이 모두 기본요금이다. 필자의 고향인 낭성은 지금은 산성터널을 지나면 20분 이내에 갈 수 있지만, 고등학교를 다니던 60년대 말엔 주말이면 지금 옛길로 조성된 산성고개를 넘어 걸어 다니곤 했다.

청주에서 땅거미가 내릴 무렵 출발해 밤길을 걷기도 했고, 30리길을 맨 몸도 아니고 등짐을 짊어지고 3시간 정도 고개를 넘고 물을 건너던 고난의 행군이었다.

지금 학생들은 상상조차 어렵겠지만, 그 무렵 언젠가 낭성에서 학용품값으로 가지고 온 감자 두 말을 짊어지고 와서, 당시 세광고등학교 앞에서 상인에게 넘기니 나는 듯했다. 한 말은 두 관이고, 한 관(3.75kg)에 50원이니 한 말이라야 100원이었다.

그래도 그 때 100원짜리 동전 한 닢은 제법 가치 있었다. 요즘 감자 값을 인터넷 검색을 하니, 서울 소매값 기준으로 1kg에 3120원이라니 웃음이 나온다.
 

 체험으로 터득한 것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니,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고 그래서 체험학습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해 본다.

상당산성 옛길은 낭성면과 청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명암유원지를 이어주는 명품 산책길이고, 많은 시민은 물론 우리 고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생태학습장이며, 휴식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 옛길이 무척 자랑스럽다. 초정약수, 상당산성, 청주랜드 등과 더불어 시민은 물론 많은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명소(名所)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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