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충석(대한설비건설협회 충북도회 사무처장)

올해도 변함없이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송년회나 망년회, 동창회 등으로 평소보다 잦은 술자리가 이어지는 연말연시다. 기쁨을 배가시키고 슬픔을 줄여주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자리에서 술은 어느새 우리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 될 필요악의 존재가 돼버렸다.
 

허나 무절제한 음주습관과 관대한 음주문화는 이제 경고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위협하고 있단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 봐도 좋고 이로운 점 보다는 아프고 부끄러운 추억이 훨씬 더 많기에 이제 술과 음주와의 고별(告別)을 하려 한다.
 

음주의 폐해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숙제로 명나라 때 사조제가 문해피사에서 밝힌 지나친 음주가 가져오는 여섯 가지 폐단을 소개해 본다.
 

첫째, 치신상의 패덕상의로 평소에 쌓아온 덕이 무너지고 점잖던 거동을 잃게 만들며, 둘째, 대인상의 기쟁생흔으로 없어도 될 다툼을 일으키고 공연한 사단을 일으키며, 셋째, 위학상의 폐시실사로 공부에 힘을 쏟아야할 젊은이들이 때를 놓치고 할 일을 잃게 만드는 원흉이 되며, 넷째, 치가상의 초도생간으로 가장이 늘 취해 정신을 못 차리거나 폭력을 휘두르니 도둑이 들고 간특한 일이 벌어지며, 다섯째, 임민상의 손위실중으로 관장이 직임을 거들떠보지 않고 술에 취해 추태를 일삼으니 위엄이 손상되며, 여섯째, 위정상의 전도착란으로 책임자가 앞으로 고꾸라지는지 뒤로 자빠지는지 분간을 못하니, 하는 일마다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앞의 네 가지는 자신과 집안에 생기는 문제고, 뒤의 두 가지는 나라에 누를 끼치는 경거망동이 아닌가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음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년 7조3000억 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했다는데, 올 한 해 정부가 건강보험에 지원한 예산이 6조5000억 원임을 비교해보면 실제 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 막걸리 심부름을 하며 주전자의 술을 한 모금씩 마시고 수돗물을 채워다 드리며 술을 접하기 시작해 그 동안 참 많이도 먹었으니, 이제 그만 쉬련다.
 

자기연민에 빠져 분수를 구분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습관처럼 가까이 하던 술을 석 달이 지나도록 생각이 없으니, 그만 잊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내일 모레가 어머니 기일이다. 설마, 음복주 안 먹었다고 하늘나라에서 어머님이 혼내시기야 하겠는가. 힘들고 고단했던 한 해를 열심히 그리고 무탈하게 살아준 모두에게 정성을 모아 따뜻한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정겨운 세모(歲暮)가 되기를 기원한다.

/양충석(대한설비건설협회 충북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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