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순 서울본부 취재국장

지방행정구역을 개편하자는 논의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1995년 민선 단체장 체제가 출범한 이듬해인 96년부터 지금까지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제기됐다. 지방행정개편은 김영삼 정권 때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국가적 과제이나 정치권의 이해가 엇갈리고 지방의 반발이 거세 매번 말잔치에 그쳤다.
지방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한 다수 주장은 자치단체 규모를 현재보다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도시와 농촌간 격차를 줄이면서 기존 행정구역의 틀을 유지한 채 인근 시와 군을 부분 통합했다. 이에 따라 충주시·제천시·아산시의 시·군이 통합했다.
하지만 청주·청원의 통합은 지금까지 지역의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다. 청주시는 통합을 원하고 있지만, 청원군의 반대로 2차례나 무산됐다.
현 행정체계는 19세기 말에 기본틀이 형성된 후 100년 넘게 유지돼온 우마차 시대의 산물인 낡은 체제이다.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당시 생활 여건에 맞춰 만들어졌다. 지리적으로 산맥과 하천을 경계로 중앙정부가 통제하기 좋게 만들어진 제도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그간의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지방행정구역을 개편하자는 논의가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민주당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65~70개의 광역시로 개편 하자고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이 방안은 현재의 246개 광역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시·군을 통합하고 8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도를 폐지하고 전국을 광역시로 체계를 전환하면 연간 9조원의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앙정부까지 치면 모두 4단계의 인허가 과정을 한 단계 줄일 수 있어 규제완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작은 정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는 정책이다.
한나라당도 곧 국회내 특별위원회 구성을 검토하는가 하면 자유선진당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현재의 자치단체 사이에 진행되는 낭비적인 시설 운용을 지향하고, 님비현상을 해소하고 애매한 광역단체의 예산과 인력을 생산적인 곳에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망국적 고질병인 지역의식이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지방의 경쟁력이 더 약해진다는 점이다. 자치 역량이 떨어져 신중앙집권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지방공무원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를 실시하는 국가 중에서 단일 자치계층을 보유한 나라가 소수라는 점에서 그 효과에 대한 경험적 검증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인구를 기준으로 볼 때 현재의 지방단체 크기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인구로 볼 때 프랑스 자치단체보다 우리의 자치단체가 130배 크고 면적으로 보면 한국의 자치단체가 29배에 이른다.
하지만 동·북아를 비롯, 전 세계가 도시광역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는 점이다.
앞으로 추진된 지방행정개편은 비효율적인 행정체계를 바로 잡고 국민 참여의 폭을 넓히며 자치행정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의 행정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중앙차원의 일방적인 논의 구조는 옳지 않다.
지방에서 제기하고 있는 광역권 행정 통합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지방의 목소리를 행정구역 개편을 막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발상으로 치부한다면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시킬 것이다.
행정구역개편은 국가와 국민이 중심이 된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돼야 한다.
또 어떤 식이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여론 수렴과정이 보다 치밀해야 한다. 특히 지방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모처럼 국가적 과제에 뜻을 같이한 만큼 좋은 결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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