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웅ㆍ소설가

이십여년 전에 어느 신문사에서 s·f소설을 써달라고 해서 ‘암수한몸 공화국’이라는 이상한 소설을 쓴 일이 있다.
그것은 앞으로 일천년이 흐른 미래 지구의 문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놓고 가정한 공상 소설이다.
일천년 후면 유전자 공학이 극도로 발달하여, 인간 복제가 일상화된 것뿐만이 아니라, 생체 로봇은 물론이고, 자궁을 대신하여 수정관에서도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가정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돌연변이로 암수한몸들이 탄생한다.
바이러스처럼 세포 분열 형식으로 번식하는 미생물이 아니다.
암수의 형태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지렁이 같은 동물에게 있지만, 사람같은 고등 생물에게 가능한지 알 수 없다.
허지만, 소설이니까 가능하다고 해놓고 미래를 상상해 본 것이다.
소설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 보면,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
일천년은 너무 멀다고 하여도 일세기(일백년)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문명의 속도는 과거 역사가 걸어온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한다.
인류가 옛날에 수렵 생활에서 농경 생활로 바뀐 것은 수십만년이 걸렸으나, 농경산업에서 기계산업으로 바뀐 것은 몇 백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금세기에 와서 기계 산업 중심의 문명이 정보 산업 즉, 컴퓨터 산업으로 바뀐 것은 몇십년에 불과하다.
정보 산업 속에서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것은 더 빠르다.
이렇게 급변하는 문명의 형태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의 지구 삶의 변화는 문화산업 중심으로 변할 것으로 점쳐진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지면 그 다음에 요구되는 것이 그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정서적인 만족이다.
그것이 바로 문화 예술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미 지구촌은 문화 예술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산업에 대응해서 정부나 개인도 문화예술을 상품으로 하는 산업을 육성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은 휴대폰이나 반도체가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하지만, 앞으로는 문화 쪽에 그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것이다.
소설의 저작권 가치도 커져서 다른 나라에서 번역해 가려면 엄청난 로얄티를 줘야 가능해질지 모른다.
요새 소설책이 워낙 안 팔리니까 별 소리를 다 한다고 하겠지만, 앞으로 문화·예술 산업의 육성은 국익과도 관련된 일이다.
지방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점차 문화·예술이 높은 재산 가치를 점유하는 시대에 다가가고 있는 미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서 육성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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