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한국교원대 교수)

"혹시 인구론 아세요?" 어느 모임에서 지인이 물었다. 인구론? 물론 맬서스의 인구론을 묻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줬다는 책이요?"라고 물었다. 그는 희색이 만연해서 "그게 아니고, 인문계의 90%가 논다는 말예요"라고 내게 가르쳐줬다.
 

요즈음 취업이 안 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런 신조어가 유행하는 줄은 처음 알았다. 그가 다시 물었다. '독취사'라고 들어 보셨어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는 자녀를 먼저 성장시킨 선배의 입장에서 취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설명하고, '독하게 취업을 준비하는 사이트'에 대해 소개해 줬다.

그 안에 들어가면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딸을 내가 평생 먹여 살려야 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을 때, 그 아이가 취업을 하게 됐어요. 완전히 로또에 당첨된 것 같아요" 우리는 진심으로 그의 로또 당첨을 축하해 줬다.
 

그리고 요즈음 뜨는 '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건 방송이기 때문에 현실보다 훨씬 순화시킨 거예요. 현실은 더 심각해요" 직장 경험을 가진 다른 동료가 확언하자, 우리는 다시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 내 제자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저는 사범대학을 다녀서 그나마 제 전공으로 먹고 살지만, 제 친구들 중에 대학 전공으로 직장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많은 부모들이 그 비싼 등록금을 내가면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이유가 졸업 후에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인데, 결국 대학 다니는 동안 어떤 교육이 이뤄지는 것일까? 그런 교육이 대학생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결국 졸업장 하나의 의미 밖에 없다면 경제적 손실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 졸업장의 의미를 부여하는 기성세대의 시각 자체가 사회적으로는 더욱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업인으로 국무총리 상까지 수상한 지인을 만났을 때, 그가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무의미하게 스펙 쌓는데 소모하지 말고 스스로 능력을 기르는데 투자하도록 사회를 바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해 주던 것이 생각났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에 우리는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는 것일까?
 

나부터 과거 30년 전의 사고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려는 시각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우리는 헤어졌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내가 세운 소박한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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