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뒤돌아보면 어느 해인들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지난 2014년은 유난히 충격적인 일들이 많아 온 국민이 한동안 긴 슬픔에 빠졌다. 수개월간 국가를 마비시킨 대표적인 사건이 세월호 침몰사건이다.
 

우리의 눈앞에서 채 피지 못한 수백 송이의 꽃봉오리가 떨어졌으며, 유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 떨어진 흔적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은 그들대로 애를 끓이고 있다. 그런 류의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아직 미결인 상태로 남아 있어 그 상처가 치유되는 데는 아직 많은 세월이 필요해 보인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치유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라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오늘도 밝은 해는 어김없이 떠올라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그 끝에 환한 빛이 우리를 반기듯, 칠흑 같은 고통의 어두움을 헤쳐 나온 우리에게 희망의 붉은 태양이 떠올랐다.
 

새해에는 그간의 슬픔은 뒤로 하고 희망을 이야기하자.
 

그 아픔을 잊지 않되, 슬픔을 떨치고 분연히 일어나 다시 일상인으로 돌아가자.
 

마침 올해는 광복 7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죽음과 맞바꾼 광복의  기쁨과 반세기여에 걸친 조국건설의 면면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그간 우리나라는 근면성실을 바탕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흘린 피와 땀 덕분에 세계가 놀랄만한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더불어 생활수준도 선진국의 그것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그만큼 우리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면 그 성적표가 화려하기만 한가. 그렇지 않다. 초라한 면도 적지 않다.
 

즉 얻은 것도 많지만 역으로 잃은 것도 상당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가치와 판단의 기준은 주로 외형적인 것이었다. 그 결과 외화벌이에는 기여했겠지만 '성형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었고 자연스럽게 개성은 사라졌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해 종종 수술중인 환자의 사망소식이 들려온다. 목숨을 담보로 해서라도 외모에 집착하는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진 흉물스런 모습이다.
 

그들은 삐뚤어진 가치를 지닌 기성세대의 희생양이다.
 

'빨리빨리' 정서에 익숙한 나머지 안정불감증이 생기고 그 결과 '사건공화국'이라는 씁쓸한 별칭도 얻게 됐다.
 

깊은 생각 없이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게 되면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이것은 곧 대형사건의 빌미가 되는 뇌관을 건드리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대부분의 진정한 선진국 국민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들은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은 것을 우선시 한다.
 

신년에는 한번쯤 보이지 않는 내면의 모습을 살펴보자.
 

외형보다는 내면을 우위에 두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배양하자.
 

학벌보다는 인성을 먼저 보고, 배경보다는 실력을 더 높이 평가하고, 빈부를 논하기 전에 성실성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지난 일을 반추하고, 되새김질의 의미를 한번 쯤 생각해보자.
 

그리고 어떤 고난 앞에서도 나에게 주어진 삶을 포기하지 말고 생애 끝 날까지 최선을 다하자.

/정현숙(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 정현숙(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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