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건양대 교수)

시간과 공간이라는 자연스러운 연속 안에서 분노와 갈등 그리고 아쉬움만 남긴 묵은해를 뒤로 한 채 우리는 다시 새해를 맞이했다. 본래 우리의 삶이란 시간과 공간에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하나의 조그마한 조직체이기 때문에 이 조직체에 잘 어울리기 위해서 우리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앞으로의 포부와 희망을 소원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들 각자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이란 놈은 어떤 말이나 힘으로만 애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지혜를 얻기 위한 좋은 방법은 '배움'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인류의 지혜가 이미 지나간 과거의 무한한 시간과 공간속에서 터득된 진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현란한 홍수로 만영된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 또한 지혜를 갈망하면서 미래의 시간으로 이어지고 있는 극히 작은 한 점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발전과 타인들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노력의 결과를 얻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다.
 

지혜의 터득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쉽고 간편한 수단이 책일 것이다. 얼마 전 '인문학 열전'이라는 세미나에서 어떤 교수가 "인문학은 곧 르네상스(The Renaissance:부활)다"라고 강조하면서 책읽기를 권장했다.
 

원래 인문학이란 문과적인 요소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는 책속에서 지혜를 터득하고 복잡하게 얽혀진 세상에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단군 할아버지의 '홍익인간' 정신과 같다고 생각한다.
 

책이란 그 책의 양이나 질을 따지기 이전에 저자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모든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책을 통한 지혜의 터득에서 시대성이란 항상 현재라는 지금의 상황에서 성립되는 용어일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자체가 고전이든 양서이든 그 속에서 찾는 지혜가 현재의 지금 내가 인정하는 것이며, 이것을 인정하는 내가 어떤 기준에서 인정한 것인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독자의 인정에 의해서 지혜의 가치가 부여되며 책의 가치는 저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책은 언제 읽게 되나? 직업적으로 책과 관련돼 있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어차피 일상생활의 여가에서 책을 읽기 마련이다. 여가란 생활에 몰두하다 잠시 쉬는 '틈내기'시간이다.
 

이 틈을 책으로 메우고 책 속에서 지혜를 배우며 인문학의 본질을 깨닫는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흐뭇하게 느껴진다.
 

여가의 틈은 미래지향적이기보다는 과거회상적일 수도 있다. 과거의 회상은 현재의 정신적 삶에 휴식을 제공하면서 미래의 설계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 한해도 모든 사람들이 책속에서 지혜를 터득하며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2015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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