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녹음이 그 색을 조금씩 털어내고 있다. 곳곳마다 피어난 가을꽃으로 세상은 온통 파스텔톤이다.
그동안 설과 가정의 달, 호국보훈의 달을 지나 얼마 전에는 민족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도 지났다.
아직 한낮 더위가 30도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날씨에 대학 강의실은 활기에 넘친다.
학생들은 여름방학이라는 휴식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즈음이 되면 대학 강단에 선 필자는 또다시 스스로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군인이라는 직업을 바꿔 대학강단에 선지 반년 세월.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그동안 교육자로서 부끄러움은 없었나 인생 선배로서의 몸가짐은 올발랐나 교육에 대한 초심을 잃지는 않았나 등등.
후학양성(後學養成)을 위한 강단 위에서 제자들을 올바른 인성을 갖춘 사회인으로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이 먼저 들기도 한다.
필자는 그동안(학기 초에는 특히 그랬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판서(板書)부터 했었다.
그 내용은 서산대사의 싯귀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 '앞서가는 자는 매사에 처신(處身)을 심사숙고(深思熟考)하고 솔선수범(率先垂範)하여 뒤따르는 자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이정표가 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건전한 사회인으로의 올바른 인격함양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용모와 복장, 기초질서 인식 등 기본 예절부터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일부 학생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 생활습관 이기주의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 채 교내 분위기와 일생생활의 문화를 문란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극소수이긴 하지만 슬리퍼를 신고 강의에 들어오거나 공공장소에서 고성방가를 일삼기도 한다.
이같은 행위는 밤 늦게까지도 이어져 원룸촌 주민들의 수면을 방해해 거센 항의를 받기도 한다.
오물과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고도 부끄럽거나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는 행위, 그것들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한채 혼자서만 편하고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모습들은 모두 올바른 인성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이다.
심지어는 경찰을 불러세워 강압해야만 마지못해 자제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실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기업들이 하반기 직원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직장에서는 올바른 인성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채용시험의 중요평가항목으로 강화한다는 소식이다.
이미 모 사관학교 교육과정에는 인성교육의 커리큘럼이 반영된 지 오래고 각종 모집부분의 필기시험에도 인성·적성평가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 사회가 가정과 학교·사회로 이어지는 시기별 인성교육의 필요성, 특히 학벌중심의 가치평가의 모순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성교육에 대한 무관심이도덕적 기준이 미처 정립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이어질 경우 자율이 아닌 방종으로 흐를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어떠한 보상으로도 해결되지 못할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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