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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 모음 소설집 '라면의 황제'
천정훈 기자  |  news19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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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16  15: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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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출신 소설가 김희선의 상상력은 기이하다.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그는 라면이나 마트 같은 일상적인 소재에 사회성과 역사성을 덧입혀 전혀 다르게 그 소재를 바라보게 한다.

    지난 2011년 '교육의 탄생'이란 독특한 단편으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았던 그가 첫 소설집을 냈다. 표제작은 라면의 흥망성쇠를 그린 '라면의 황제'.

    '라면의 황제'는 라면이 사라진 미래, 27년간 오로지 라면만 먹은 김기수라는 전설적인 인물이 남긴 책 '내 영혼의 라면 한 그릇'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이다.

    "한때 라면이라는 음식이 있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김기수와 그의 라이벌이었던 박모 노인, 또 그들의 역사를 추적하는 라면동호회의 김기수 추종자 인호군(君)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죄와 타락의 이미지로 전락한 라면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라면동호회가 생긴 미래. 라면추종자들은 라면계의 예수 같은 인물을 찾아 배회하던 중 27년간 오로지 라면만 먹은 김기수를 마침내 발굴해낸다. 소설은 김기수와 박모 노인이 왜 그처럼 라면을 먹게 됐는지를 자세히 추적한다.

    '국민교육헌장'이 나타나게 된 배경을 한 천재의 발자취를 통해 엿본 '교육의 탄생'은 이 소설집에서 가장 빼어난 단편 중 하나다.

    소설은 아이큐 천재였던 최두식의 요동치는 삶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도쿄대 교수로부터 IQ 215를 판정받은 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파견돼 우주선의 궤도에 관한 미적분문제를 풀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공간에서 인간의 무의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연구한 러시아 출신 석학 레오니드 몰로디노프 박사를 만난다. 그는 일종의 '진언'(眞言)을 통해 조종사들이 우주에서 맞닥뜨리는 불안 문제를 해결한 인물.

    몰로디노프 박사의 비결을 전해 들은 두식은 한국의 비밀요원에게 이를 전수한다. 그리고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연구진은 '국민교육헌장'을 만든다. 진언을 외우면 거기에서 생긴 소리의 파동이 우리 뇌에 비가역적이고 영구적인 변화를 일으켜 일종의 세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몰로디노프 박사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몰로디노프 박사가 만든 '진언'에 대한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았으나 두식은 이 말을 국내연구진에 전하지 못한다.

    "다만 이 한 가지는 명심하렴. 인간의 마음은 우리가 상상하고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복잡하고 미묘하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사람일 거다."(66쪽)
    소설집에는 '페르시아양탄자 흥망사' '2098 스페이스 오디세이' '지상최대의 쇼' '개들의 사생활' '어느 멋진 날' '경이로운 도시'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등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렸다.

    자음과 모음. 33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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