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단연 세계 최고다. 대부분의 부모가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자식이 교육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좋은 교육과 나쁜 교육을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를 교육 전문가에게 맡기고 잘 크겠지 하고 무조건 믿는다.
 

얼마 전 일어난 무허가 체험교육시설의 학생 사망 사건이나,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등에서 드러난 부적절한 교사의 자격 문제는 부모의 믿음이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자녀가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정말 믿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수업을 보라. 수능을 잘 치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수업은 파행적으로 운영된다.
 

인문계 고등학교 문과반에 들어간 화학 선생님은 학생들이 이 과목을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습을 시키고, 그 시간에 학생들에게 수능 공부를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교사의 태도가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어요.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그걸 원하거든요." 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 환경을 통해 무엇을 배울까? 겉모습의 교육과정 운영과 실상의 차이가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위선을 배운다.
 

내가 어느 지인에게 대학 교육 무용론을 주장하자, 그는 "그래도 대학에서는 교양을 배우니까 좋던데요. 대학을 안가면 그런 상식도 모르잖아요."라고 말했다.
 

대학이 교양을 배우는 곳일까? 수천만 원에 달하는 대학 4년의 등록금을 내고 겨우 교양교육을 운운한다면 너무 사치가 아닐까? 세상이 떠들썩하도록 자녀를 무식하게 교육시켜 좋은 대학에 보내는 이유는 한가지다. 나중에 좋은 자리에 취업해서 잘 먹고 잘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이 곧 좋은 교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에 있는 대학이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지도는 더 나을 수 있다.
 

서울대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기에는 너무 바쁘다. 하지만 좋은 대학은 출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잘되려면 다른 사람의 성적보다 나아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시험 문제 하나를 두고 성적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부모나 학생은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지 않는다.
 

내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데, 이 문제가 그걸 방해할까봐 난리를 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까? 그들은 성적 만능주의, 무한 경쟁주의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나와 그러한 세상을 만들고 지속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세상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런 세상을 우리가 함께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이 발의되고 통과됐다. 그래서 학교마다 인성을 가르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없다면 타조가 얼굴만 가리고 자신이 숨었다고 생각하는 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