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모임에서 스키장에 다녀 온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키를 타는 것을 무척 좋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필자는 스키를 좋아하지 않아 잠시 스키장에서 서성거리다가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다 짐을 풀고 베란다 창의 커튼을 열어보니 모든 슬로프를 볼 수 있었다. 흰 눈이 쌓인 설산을 거침없이 내리 달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눈이 올 것 같은 전형적인 겨울 날씨에 숙소에서 차를 한 잔 내리 마시며 베란다 창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필자는 베란다 창을 통해 밖에서 스키 타는 사람들을 자세히 봤다.

슬로프 꼭대기에서 내려오려고 하려고 하는 사람들, 슬로프를 거침없이 내려오는 사람들, 내려오다 힘이 들어서인지 옆으로 서 있는 사람들, 넘어지는 사람들, 끝까지 내려와서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향기를 맡으며 생각했다. "스키는 몸으로 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눈으로 타는 것이 더 재미있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먼 곳에서 보아야 전체를 다 볼 수 있거든." 문득 옛날에 본 영화에서 "여기에 밑에 구멍이 난 물동이가 있다.

이 구멍 난 물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 보거라" 라고 어느 주지 스님이 낸 문제가 생각났다. 모든 사람들이 물동이에 물을 채우려고 노력했으나 밑에 구멍이 난 물동이에 물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물동이에 물을 가져다 붓지 않고 물동이를 들고 물가로 달려가 물에 던졌다.

그러자 비로소 구멍 난 물동이에 물이 가득 채워졌다. 현재 우리는 당면한 많은 문제들이 있다. 국가적으로는 세금문제, 비정규직 문제, 복지문제 등은 하루 빨리 풀어야할 현안이며,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지역 균형 개발 문제 등도 충청권이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정부와 충청권 정책 당국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과 그에 따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여러 가지 해법을 어떠한 시각에서 내놓느냐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보듯 정책 당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우리 생활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 및 복지문제를 '스키 타는 사람들을 창 안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안이한 태도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았는지를 반성해 봐야 하겠다.

또한 1월 모든 봉급생활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연말정산문제도 이러한 태도의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해 볼 문제다.  2015년 을미년(乙未年)을 맞으며 충청권 정책 당국자들은 민감한 지역 현안을 해결함에 있어서 '스키 타는 사람들을 창 안에서 보고 있는' 우아한 태도로 문제에 접근하지 말고 그 문제 자체에 몸을 담가야 할 것이다.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은 문제를 중립적으로 바라만 보는 데에 결코 있지 않다.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은 그 문제의 당사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이 돼 보는 것에 있음을 충청권 정책 당국자들은 꼭 명심하기 바란다. 올 한해 충청권 정책 당국자들은 물동이를 번쩍 들고 물가로 달려가 물속에 물동이를 푹 담그기를 희망해 본다.

/김기형 김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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