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원 영동대학 바이오지역혁신센터 산학협력 전담교수ㆍ농학박사

즘 제2 롯데월드를 두고 서울에 랜드마크가 있느니 없느니 해서 말이 많은 모양이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든다면 얼마전 불에 타서 크게 화제가 됐던 숭례문을 들지 않을까 싶다.
랜드마크는 원래 탐험가 등이 특정 지역을 이동하는 중에 원래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둔 지리학상의 상징물을 말한다. 현대에 들어서 랜드마크는 건물이나 상징물, 그의 구조물과 같이, 쉽게 인식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말로 보다 광범위해졌다.
필자가 미국의 위스콘신주 매디슨시에서 공부할 때 이웃 도시인 밀워키의 상징은 단연 맥주와 야구 구장이었다.
오죽하면 밀워키 야구팀의 이름이 술빚는 사람들(brewers)이었을까?
하지만 가끔 가던 밀워키에서 필자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맥주와 야구장만이 아니었다. 지금도 밀워키를 가보면 도시 곳곳에 위치한 화단에서 다양한 원추리 꽃을 볼 수 있다. 너무도 형형색색 아름다운 원추리 꽃을 보면서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농업을 공부한 탓도 있겠지만, 그쯤되면 필자에게 원추리는 또 하나의 밀워키시 랜드마크가 아닐까?
사실 랜드마크 하면 특별한 건물을 상상하기 쉽지만 위의 밀워키 경우처럼 지역을 상징하는 유형 혹은 무형의 무엇이라도 좋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충북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는 십중팔구 도청 소재지인 청주의 플라타너스 터널 일게다.
청주 톨게이트를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는 초입의 플라타너스 행렬은 단언컨대 누구에게나 인상적이다. 특히, 잎이 모두 떨어진 이른 봄이나 겨울보다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는 여름이면 누구나 머릿속에 각인되기 십상이다.
또 하나. 충주시에 들어서면 사과로 유명한 도시답게 누구든 사과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충주를 몇 번 방문하지 않은 필자도 그 도시를 생각하면 도시 곳곳에서 봤던 빨간 사과를 연상하곤 한다.
이러니 충주시 입장에서 보면 사과는 웬만한 건물보다 도시 랜드마크로서 손색이 없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중소도시의 랜드마크 모델로서 충북 영동 읍내에 줄지어 있는 감나무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인 80년대. 가수 이용은 '서울'이란 곡을 통해 도시에서도 감나무같은 유실수를 빌어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음을 노래하였다.
상상해 보라! 종로와 을지로 인도변에서 감나무와 사과나무를 볼 수 있다면? 여의도의 윤중로가 상춘객들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감나무나 사과나무 거리도 콘크리트와 매연으로부터 도시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소중한 랜드마크가 되지 않을까?
10월이 시작되는 지금, 영동은 가수 이용의 그 노래에서처럼 지천으로 감나무가 한창이다. 읍내를 걷다 보면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감나무를 만난다.
이미 감나무에 주렁 주렁 열린 감들은 제 색깔을 가진지 오래다. 서울처럼 번잡한 도시가 아니라서 영동의 감나무 거리는 게으른 이들이 운치 있는 가을을 즐기기에 알맞다. 감나무가 가로수인 거리를 본 적이 있는가? 운 좋으면 감나무 거리에서 5일장을 만날 수 있다. 이러니 영동의 감나무 행렬을 어느 유력 도시에 있는 큰 건물에 비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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