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단양교육장)

새해가 됐다. 바야흐로 2014년이 2015년으로, 말띠 해가 양띠 해로 바뀐 것이다.
 

억만 겁으로 흐르는 세월에 무슨 마디가 있을까만 유한한 인간이 그 작은 머리로 다 헤아릴 수 없으니까 시간을 나눈 것이고 거기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니 년·월·일, 띠 등이 세월을 구분 짓는 잣대가 돼 우리의 삶을 재단하게 된다.
 

살수록 1년이라는 시간이 각별하다. 그 의미 있는 1년이 돌이켜보면 참으로 쏜살처럼 빠르게 지나갔고 바람처럼 허무하게 달아나 버린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1년이 짧다고는 하나 그간에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고 그것을 보고 들어야 하며 이겨내야 가는 세월이 아니던가?
 

지나고 보면 참 녹록지 않은 시간인 것은 그만큼 아파야 하는 세월이기 때문일 것이다.
 

좋든 싫든 시간은 흐르는데 그게 다 그냥 가는 시간이 아니고 가만히 있어도 거저 먹는 나이가 아니다.
 

곱던 얼굴에 주름이 지고 처지는 까닭은 그다지도 아팠기 때문인데 아픔을 견디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워야 하는가?
 

모두들 잠든 그 시간에 혼자 잠 못 이루고 머릿속을 정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 깊은 숨을 몰아쉬고는 초롱초롱 밝아져 오는 눈을 야속해하며 베개를 곧추세운 적이 허다할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어이없이 잃은 사람,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 사고나 어처구니없는 일로 봉변을 당한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우환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해를 살기란 쉽지 않은 나라다.
 

상식보다 비상식이 더 잘 통하는 나라, 하늘과 바다와 지상과 지하에서 수시로 터지는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으로 늘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나라, 머릿띠를 두르거나 꽹과리를 쳐야만 의사 표현이 되는 나라에서 한 살을 먹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거나 말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면 그만이라는 나라, 학생들은 이제 애써서 공부하지 않아도 행복해진다는 이상한 말로 인기를 얻는 사람을 지도자로 선출해 주는 나라, 교육의 전문가보다 비전문가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나라, 교육보다 교육행정이 우선이어서 주객이 전도된 나라,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매를 맞아도 네 잘못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며 그냥 넘어가는 나라, 공짜 밥값은 펑펑 쓰면서 정작 교육시설 확충이나 프로그램 운영에는 인색한 나라에서 교육을 걱정하며 1년을 살기란 쉽지 않다.
 

깨어지는 가정에서 자격 미달인 부모들 때문에 힘들게 양육되는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긴 1년을 보내는 것일까?
 

악마로 변한 부모형제를 피해 가출을 해도 갈 곳이 없어 헤매다가 못된 어른에게 농락 당하는 청소년은 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나?
 

정동진과 보신각에서 그리고 각 지방의 명소에서 여러가지 다짐을 하며 힘차게 출발한 새해가 이제 겨우 시작됐는데 매스컴에서는 연일 대형 사건사고를 보도하고 있으니 올 한 해도 참 많이 아파야 견딜 1년이 되려나 보다.

/이진영(단양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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