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묵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충청일보]95.36은 요즘 아동학대로 우리 사회를 뒤집어 놓은 한 어린이집의 평가인증 점수다.

그 어린이집은 높은 점수로 인증을 받았음에도 아동학대가 일어나서 평가인증에 대한 실효성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어린이집에서 인증시설이라는 것을 원아모집의 홍보수단으로 삼고 있다.

현재 평가인증은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는 기준인 셈이다.

그러기에 평가인증 시설, 그것도 높은 점수로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난 것에 더욱 분개하는 것이다.
 

현재의 평가방식은 대부분이 평가지표에 의해 점수화되고 있다.

"그것이 마련돼 있느냐?, 그것을 실행했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행 과정에 대한 평가, 그 시설이 내세우는 운영이념 등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못한다.

물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지표에 따라 점수로 산정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10년 전에 한 달간 독일의 유치원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 당시 유치원 평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었다.

일부분은 현재 우리와 같이 평가지표에 따라 점수화하고, 일부분은 평가위원들이 그 유치원에 머물면서 서비스 내용과 진행과정을 경험하면서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유치원의 분위기에서 운영이념을 느낄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어린이집 뿐 아니라 모든 시설에 대한 평가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어떻게 하고 있는가?"도 평가돼야 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레이엄'의 '의료의 질 경영 따라잡기'란 책을 다시 펼쳐봤다.

의료계에서는 의료의 질 평가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가 돼왔다.

지난 1966년 의료의 질을 정의, 질 평가의 주요 접근법을 제시함으로 '질 보장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도나베디안'의 접근 방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의료의 질을 추론할 수 있는 정보는 '구조', '과정' 및 '결과'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질 평가를 위해서는 우리가 해 왔던 구조와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평가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일괄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그 시설의 운영이념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운영이념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렇게 과정에 대해서도, 운영이념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95.36은 허수가 아니라 실제 서비스의 질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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