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소비트랜드 분석센터의 김난도 교수팀이 펴낸 '트랜드 코리아 2015'에 햄릿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상품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새로운 정보는 여기저기서 넘쳐나면서 현대인들은 데이터 스모그에 휩싸여 길을 잃고 혼란해 지며 점점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처럼 풍부하고 과잉한 세상에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정보 과부하의 상황 속에서 단호한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햄릿처럼 결정 장애에 빠져서 헤맨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집에 10년 넘게 쓴 밥솥이 도저히 못 쓸 지경에 됐다 해서 아내와 함께 전기밥솥을 사러 나섰다. 대형마트, 백화점, 전자 대리점을 다니며 전전긍긍했으나 둘의 마음을 다잡는 밥솥을 결정하지 못하고 집에 들어와 생산회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봤지만 어느 것 하나를 딱히 고르기기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내 자신이 결정 장애에 빠져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정보의 홍수와 수많은 제품의 출현에 원인이 있겠지만 핵심적인 원인은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똑똑해지고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져 있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결국 믿지 못하는 이유 등으로 결정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의 성향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직접 하거나 해보고 싶어 하는 경향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우리 농업경영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 한창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딸기의 경우 소비자들은 공기 좋고 신선한 딸기 농장에 직접 방문해서 딸기를 사먹고 싶어 하고 현장에서 딸기를 직접 수확해서 먹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소비자들은 만약 자신이 직접 하지 못할 경우 아주 숙련된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어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맡기면서 대리만족을 하게 되고, 소비 형태에 만족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결정 장애에 빠진 소비자들에게 농장을 개방하고 아주 빌려주는 방식의 경영 기법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농업의 경영 키워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농장에 머무르는 동안 품격, 만족감, 질 높은 서비스를 겸비할 때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가 있다. 주차시설, 휴식 공간, 부가서비스를 위한 복합 경영 등을 포함해 똑똑하고 믿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감성을 통해 소비자와 농장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소비자를 농장에 초청해 팜 파티(farm party) 같은 농장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면서 유대를 쌓아가면 될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더욱 신뢰를 찾아 움직이게 될 것이고, 그 길목에 직접 해보고 싶어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려는 경향은 점점 더 높아만 질 것이다.


 이런 소비자들을 농장을 초대하고 그들과 스킨십하면서 하는 농업을 위해 진력해야 할 때가 됐다는 점을 잊지 말자.

윤명혁 청주시농업기술센터소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