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 겨울이 되면 나무는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로만 남는다. 그 모습이 의연하다며 욕심을 버린 철학자에 비유하고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인생을 준열히 꾸짖는 사람이 있다. 여름이 풍성하지만 벌거벗은 겨울에도 행복하게 살고 있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실 세상을 사는 데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것들 외에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에 복잡해지고 때로는 불행해지기까지 한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선지자들이 일러 준 삶의 방식은 단순하고 가난하게 살라 한다. 많이 가지려 들지 말고 적게 가지기를 힘쓰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목이 찬바람이 불어도 행복을 생각하는 이유는 여름철의 풍요로웠던 시절을 알고 지내왔기 때문이고 그것을 다 가져 본 자만이 느끼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봄이 되면 다시 새싹이 돋고 날이 갈수록 풍성히 자라 금세 온몸 가득 푸른 잎으로 칭칭 감길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한 서너 달 벗고 있으면 된다. 그동안이야 거꾸로 매달아도 세월은 갈 것이고 그동안이야 그간 누렸던 영화를 생각만 해도 즐거워 우아하게 지낼 수 있다. 나목처럼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그냥 오늘을 즐겁게만 살라고 한다. 목표를 정해 놓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며 그것을 지도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자기들은 이미 다 경험해 보고서 그들에게는 가져보는 것조차 시도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가져 보았더니 별 거 아니더라' 식이다. 그럴 수 있다. 지난날의 성취욕도 부질없는 것일 수 있고 재산도 학력도 성공도 사실 덧없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을 성취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학창시절을 그러면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그냥 놀면 행복한가? 과욕을 절제하도록 가르치면 된다. 탐욕을 바로 잡으면 그게 교육이다.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의욕을 고취시켜 극대화하되 이웃과 사회를 위한 일을 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왜 시도해 보지도 않은 일을 애초부터 부질없다고 가르치는가? 산에 대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부하다가, 그것을 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다가, 더 공부를 하여 다시 산으로 보는 과정이 공부의 여정 아닌가? 나목은 어처구니없게도 몰래 여름을 생각하며 겨울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 11월의 나무를 소개한다. 십일월도 하순 해 지고 날 점점 어두워질 때 /비탈에 선 나무들은 스산하다 /그러나 잃을 것 다 잃고 /버릴 것 다 버린 나무들이 /맨몸으로 허공에 그리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건 이 무렵이다 /거기다 철 이른 눈이라도 내려 /허리 휘어진 나무들의 모습은 숙연하다 /이제 거둘 건 겨자씨만큼도 없고 /오직 견딜 일만 남았는데 /사방팔방 수묵화 아닌 곳 없는 건 이 때다/ 알몸으로 맞서는 처절한 날들의 시작이/ 서늘하고 탁 트인 그림이 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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