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추파냐, 영합이냐, 굴복이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일 "국정홍보처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이렇게 하는 건 추파냐, 영합이냐, 굴복이냐"며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들의 언론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평가포럼 초청 특강에서 기자실 통폐합 문제와 관련, "언론탄압도 나쁘지만, 눈치보고 영합하는 것도 나쁘다. 그렇게 하면 정권 잡나. 그렇게 정권 잡아서 무엇을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두 주자는 최근 제주에서 열린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 참석해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반민주적 행위'로 규정하고 집권하면 기자실 원상복구와 국정홍보처 폐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 영합해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그런 어수룩한 시대는 지났다"며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참 용감하구나 싶다. 어이가 없고 한심하다. 뭘 좀 알고 말하자"고 비판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특히 노 대통령은 "영합도 정도가 있다. 국정홍보처가 불법을 했느냐. 설사 불법을 했더라도 폐지해야 하느냐"며 "차떼기하고 공천헌금한 정당도 문을 닫지는 않았다"고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국정홍보처 폐지법안을 제출키로 한 한나라당을 정면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서도 "왜 유독 언론만 부당한 권리와 이득을 계속 주장하느냐. 민주화 이후 모든 조직과 집단이 관행이란 이름의 부당한 이득을 포기하고 있는데 왜 언론은 그렇게 못하느냐"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방패로 막강한 권리를 누리면서 왜 부당한 권리를 주장하느냐.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언론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양심없는 보도를 계속하고 있느냐"며 "전세계 언론 선진국에 다 기자실 없다는 사실, 기자실 있는 일본은 언론자유 53위, 미국은 51위이고 참여정부는 31위라는 사실은 왜 보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언론은 집단 이기주의의 껍질을 버리고 정직하게 생각하라"며 "유신시절은 기자실 전성기였지만 통제와 부당한 간섭만 있었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준 기사는 기자실에서 나온 기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세계언론인협회의 기자실 폐쇄 반대 성명과 관련 "사실과 다른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누가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는지는 모르지만 유감스럽다"고 밝히고 "왜 걸핏하면 내놓는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도 안하느냐. 설문조작이 어려워서냐, 일말의 양심이 있기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기자의 위신, 자존심을 그런대로 유지하게 해 준 것은 유신시절 해직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 이 시기에도 기자실 폐지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언론인이 있어야 뒷날 우리 언론 전체가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언론탄압하고 말 것이 있느냐. 뜻이 있어서 하는 것"이라면서 "후일 가장 보람있는 정책은 언론정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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