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꿈에서 앞산과 하늘이 맞닿아 있는 풍경이 보였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까지만 올라가면 금방이라도 확 트인 하늘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 보니 산 윗부분부터는 산 아래 실제 풍경에 이어지게끔 그려진 그림이었다. 아무튼 꿈에서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때 속으로 '페이크 페인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다 잠에서 깼다. 지난 학기 '미학의 이해' 수업에서 학생들이 발표했던 '트릭아트'가 무의식에 남아 있다가 꿈에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다.
 

'페이크 페인팅'은 평면의 그림으로 입체감의 착시효과를 만드는 그림이다. 하지만 페이크 페인팅이 아니라도 그림은 원래 원근법을 활용해 입체감을 평면에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평면에 입체를 표현한 그림 자체가 원래 '페이크'인데, 굳이 '페이크 페인팅'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그림에는 틀이 있다. 관객이 평면인 그림에서 입체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그림의 틀 안에서다.
 

그런데 페이크 페인팅에서 착시효과는 그림 자체의 입체감에서보다는 평면 그림 속의 입체감과 그림 밖의 실제 입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 만들어진다. 요즘 많은 곳에 생긴 벽화마을에서 그런 그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천사 날개가 그려진 벽화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으면 진짜 날개가 달린 것처럼 보이고 말뚝 박기 그림 뒤에 허리를 숙이고 맨 마지막 아이 허리춤에 손을 대고 사진을 찍어놓으면 마치 아이 등에 정말 올라탄 것처럼 보이는 그림이 그런 예들이다.
 

또 원근법에 따라 바닥에 그려놓은 계단 그림을 딛고 선채 사진을 찍어놓으면 실제로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고 절벽처럼 깊이감이 느껴지는 그림 끝자락에 서서 찍은 사진을 보면 절벽 끝에 서있는 듯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것도 페이크 페인팅의 효과다. 때로는 그림 안의 물체가 액자 밖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그려놓아 관객이 손을 내밀어 그것을 잡게 해주기도 하고 액자 밖 바닥까지 그림을 연장해 관객이 바닥에 그려진 액자를 밟고 설 때 그림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그려놓은 그림도 있다.
 

보통 그림은 안과 밖이 뛰어넘을 수 없게 단절돼 있다면, 페이크 페인팅에서는 그림 안으로 관객이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그림은 액자 밖으로 확장된다. 페이크 페인팅은 상상의 세계가 현실에 내미는 손이다. 그 손을 관객이 맞잡는 순간 그림의 틀은 허물어지고 상상과 현실, 그림과 관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유희의 공간 예술이 태어난다.

/황혜영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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