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복도 유리창 틀에 놓여있는 화분에 꽃이 피었다. 몇 해 전, 꽃이 너무 예뻐 아내와 지인들에게도 사진을 찍어 보냈던 시클라멘(Cyclamen)이라는 꽃이다. 그 후 버리기가 아까워 복도 창가에 두고 생각나면 물을 주곤 했는데, 얼마 전 앙증맞은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빨갛다 못해 검붉은 꽃이 피었다. 잎사귀를 헤집고 안을 들여다보니 올망졸망한 꽃봉오리들이 소복이 여럿 올라온다. 아무리 겨울식물이라지만, 추운겨울을 견디고 그리도 고운 꽃을 피우니 그저 고맙고 대견할 따름이다.
 
옛날 우리어머니들은 어려운 생활 속에도 때가되면 연례행사처럼 꽃을 심으셨다. 삽짝 옆에는 해바라기를, 울타리를 따라 다알리아와 칸나를, 장독대주위엔 채송화와 봉숭아를 심었다. 처마 끝에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과 수세미를 심고, 두엄 가엔 맨드라미를, 뒤꼍 감나무 밑엔 함박꽃과 불두화(佛頭花)를 심고, 헛간 초가지붕엔 하얀 박꽃을 심었었다.
 

그러던 것이 산업화의 발달과 함께 주거문화는 아파트로 바뀌고 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을 하고 도시전체가 거대한 콘크리트 빌딩숲을 이루다보니, 흙을 밟을 기회조차 없어졌고 사회가 점차 사막화되는 느낌이다.그렇다면 우리가 다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회색도시에 꽃을 심는 일이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화분거치대를 만들고 빌딩의 옥상은 정원으로 가꾸고 손바닥만 한 공간만 있으면 꽃을 심고 건물 벽에도 아기자기한 넝쿨식물로 장식해 도시전체를 녹색 화원으로 가꾸는 것이다.
  
꽃은 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실제로 꽃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나 향기가 사람의 몸에도 굉장히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동양의학에서는 꽃에 음양(陰陽)의 균형이 있어서 기분이 우울할 때는 장미꽃이나 백합, 난과 같은 양의 꽃을, 기분이 들떠있을 때는 안개꽃이나 아이리스 같은 음의 꽃으로 장식하면 몸의 균형이 잡힌다고 한다. 또한 화려하고 큰 난색(暖色)계통의 꽃은 양(陽)에 속해 활력을 더해준다고 하니 한마디로 꽃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마음의 안정을 선물하며 현대인의 정서적인 인지를 맑게 하는 효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마당 한 편 꽃밭에 시든 국화와 서광줄기를 걷어내니 낙엽사이를 헤집고 노란 새싹들이 기지개를 켠다. 이제 저만치에서 부터 봄이 오려는가 보다. 다가오는 봄에는 우리 모두 꽃을 심고 가꾸어 보자. 그러면 우리의 마음도 꽃을 닮아 조금은 더 예쁘고 착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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