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틀 일정으로 방문한 이집트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다.

10일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엘시시 대통령은 전날 저녁 카이로국제공항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마중했다. 둘은 잠시 대화를 나누고 나서 카이로 시내 오페라하우스로 이동해 양국 관계 역사를 보여주는 영상물을 함께 관람했다.

두 정상은 이어 저녁 식사도 함께했다.

카이로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 곳곳에서는 푸틴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두 지도자는 10일에도 카이로에서 정상 회담을 하고 공식 기자회견을 한다. 정치와 경제, 원자력, 농업 분야 협력 등에 관한 여러개의 계약서에도 사인할 예정이다.

푸틴은 이번 이집트 방문에 고위급 관리를 대거 대동했다.

러시아 외무장관과 농업장관, 경제개발장관, 에너지장관, 러시아 국영 원전업체 로사톰 회장,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러시아와 이집트 두 대통령의 인간적 관계가 좋다며 "엘시시 대통령의 개인적 요청에 화답하고자 이틀간 방문하게 됐다"고 타스 통신에 말했다.

양국 관계는 이집트 군부가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나서 더욱 가까워졌다.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 축출, 시위대 유혈 진압에 따른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 조치에 옛 동맹인 러시아와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2013년 11월에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집트를 방문해 엘시시와 회담하고 무기 거래, 안보, 경제, 원자력 등을 논의했다.

당시 러시아 고위급 인사의 이집트 공식 방문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처음이다.

엘시시는 무르시 축출을 주도하고 나서 첫 외국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택했다. 그는 첫 방문 때 러시아 정부와 20억 달러 상당의 무기 계약을 논의했다.

엘시시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인 지난해 8월에도 러시아 남부 휴양 도시 소치를 방문해 푸틴과 만났다.

이집트군은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방공미사일 시스템과 군용 헬기, 미그(MiG)-29 전투기, 대전차포 등의 무기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향을 표시해왔다.

이집트는 또 주식인 밀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했으며 지난해 한해 이집트를 방문한 러시아인 관광객은 300만명에 달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이집트 정부의 주요 외화 수입은 관광과 수에즈운하 선박 통행료, 국외 근로자 송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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