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충청일보]차창을 때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여기는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하노이로 향하는 관광버스는 3시간째 울퉁불퉁한 국도를 달리고 있다.
 

오는 3월 군 입대를 앞둔 둘째 아들과 함께 필자는 지금 베트남을 여행 중이다.
 

어제 첫 행선지로 찾았던 하롱베이 생각을 하다 깜빡 졸았던 모양이다.
 

항구를 출발하자마자 유람선 좌우에 차례차례 나타나는 기암괴석들이 절경을 이룬다.

모두 1600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섬들은 침략자로부터 베트남을 지키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 입에서 내뱉은 보석들이 변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그래서 이름도 '下龍+bay(만)'인 것이다.
 

해안가를 따라 1500km. 끝없이 펼쳐지는 하롱베이의 풍경은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7대자연경관의 명성에 걸맞게 참으로 몽상적이고 신선경(神仙境)과도 같았다.
 

3600km이나 떨어져 있는데도 한국과 베트남은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기원전 2000년 무렵 이미 이곳엔 흥왕이 건국한 반랑국이 존재했었다고 하는데 원래 중국 황하유역에 살던 사람들이 남하해서 세운 나라라서 그런지 남방계의 외모가 많은 주변 캄보디아나 라오스 사람들에 비해 우리에게 친숙한 얼굴들이 제법 눈에 띈다.
 

또한 역사 이래 숱하게 외세의 침략을 받아온 점도 한국과 비슷하다.
 

고대에서 근세까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베트남을 괴롭혔던 것은 중국으로 베트남은 중국의 식민통치하에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 예를 들어보면 현재 베트남어는 알파벳에 성조(聲調) 기호를 달아 표기하는데 어원적으로 상당수 어휘가 중국어에서 유래됐으며 수도 하노이도 '河內' 즉 강이 흐르고 물이 많은 곳을 뜻하는 한자어라고 한다.
 

이처럼 고유어와 한자어가 결합된 구조 역시 한국어와 비슷하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19세기에 프랑스, 2차세계대전 때는 일본, 그 후 또 다시 프랑스와 미국이 번갈아 베트남을 침공하고 지배했다.
 

지난 1965년에 발발한 베트남전쟁은 최근 영화 '국제시장'에도 묘사된 바 한국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사건이었는데, 1975년 미국이 패배를 인정하고 통일전쟁에 승리할 때까지 베트남은 굴욕과 저항으로 점철된 처참한 민족사를 간직해왔다.
 

중국, 프랑스, 일본, 미국…. 당대 최고의 열강들을 상대로 끝내 독립을 지키고 통일을 쟁취한 배트남인들의 용기와 애국심에는 그저 감탄할 따름이지만 한 때 원수였던 그 나라들과 손을 맞잡고 부강한 국가를 건설해 나가는 그들의 강인함과 현실감각엔 혀를 내둘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선 어디를 가도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언뜻 무질서하기 그지없는 것 같지만 어마어마한 수의 오토바이들이 내뿜는 매캐한 매연도 아랑곳 않고 종횡무진 앞만 보고 질주하는 베트남 청년들은 내일의 성공을 꿈꾸며 오늘의 고단함을 이겨낸다.
 

국토면적이 한국의 1.7배, 인구 1억에 풍부한 자원, 베트남에 해가 뜰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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