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한병진ㆍ대전선병원 정신과 과장


▲ 한병진ㆍ대전선병원 정신과 과장
마음진료실에 있으면서 매일 다양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처음으로 정신과라는 낯선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울·불안 등 마음의 증세를 갖고 오시는 사람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신체증상에 대해 진료를 본후 의뢰되어, 오는 환자분도 많다.

흔히 발견되는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삶의 상황에 적응하는 한 방편으로, 그런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불편한 감정을 제거하는 미봉책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런 감정제거는 습득되면 당장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오는 불편감을 줄여주지만, 이것을 지속하게 되면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갖게 되는 사람의 마음(천성)중 하나인 감수성에 손상을 주게 된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음악, 영화, 그림 등의 예술작품으로부터 좋은 느낌을 이전보다 적게 받게 되고, 온전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면 일상에서 쉽게 접하며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집 주위 풍경 등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물론, 자세히 보면 감수성의 많은 손상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술, 여행, 쇼핑등 잠깐 동안의 즐거움 때문에 자신의 감수성이 손상을 받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 모르고 지낸다.

역으로 감수성이 줄어들고 손상이 심할수록,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술, 고가의 상품, 여행 등을 더욱 찾게 된다. 문제는 그런 것으로 손상된 감수성이 대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의식하지 못한 채, 감수성을 줄이고 대체품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하더라도, 종래에는 은연중에 뭔가 빠진 것 같은 공허함,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거나, 신체증상으로 변환되어 통증이나 소화불량 등을 느끼게 된다.

자연의 섭리는 대체하는 것을 끝까지는 허락하지 않고, 일생을 마치기 전에 선천적으로 주어진 감수성을 회복하도록 요구한다. 사람의 생의 주기 중에 40대∼50대에 우울증이 많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생을 마치게 될 때까지 조금 더 제대로 살려면, 지금까지 손상 받아온 감수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감수성을 회복하려면,자신의 인생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유래되는 불편한 감정도 함께 살아나므로 처음에는 불편감이 증가 할 수 있다.

하지만 해결 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도, 자세히 살펴볼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면 상황을 좀더 호전시킬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와 같은 순수한 감수성을 회복하고 그런 마음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상대방을 바라보면,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하게 되고 그 만큼 참을 수 있고 이전보다 더 많은 좋은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게 된다.

확실히 강요나 요구보다는 사랑이 상대방을 더 빨리 내가 바라는 대로 변화시킨다. 감수성과 순수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순수하게 자연을 느껴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맨살로 잔디를 접촉한다든지, 불어오는 바람에 자신의 피부를 그대로 맡겨 보고 그 촉감을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든지, 다른 자극을 차단하고 음악에만 집중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의 가진 다섯 가지 감각 중에 한 가지 감각에만 집중하고 느끼고 감상하는 것이, 순수성과 감수성을 회복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여, 결국 주위 사람을 변화시키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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