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총기난사를 해서 전우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상해한 임 모병장은 최근 사형(死刑) 판결을 선고받았다. 임 병장이 항소를 해 사형판결이 확정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사형판결이 확정된 이른바 '사형수'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사형을 당할 것을 염려하지 않는다. 지난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사형한 이후 더는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론은 여전히 의미있다. 우리 형법에는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형존치론자의 논거 중 의미 있는 것은 ① 사형은 종신형보다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 ② 연쇄살인범 등 극악한 범죄자는 생명을 박탈당해야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이라는 점 정도를 들 수 있다.

반면 사형폐지론자의 의미 있는 논거는 ① 사형은 일반사회인들이 기대하는 것과 같이 범죄억제적 효과를 갖지 못한다는 점, ② 사형은 인간의 존엄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 정도다. '오판 가능성'과 '정치적 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언급되나, 현재 법원의 양형기준은 매우 엄격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형의 선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 언론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고, 민주화가 정착된 오늘날에 정치적 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비단 사형제도만이 갖고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큰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입법론적인 관점에서 사형제도의 존폐는 별론으로 하고, 현재 사형판결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상 사형은 법무부장관의 명령에 의해 집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형집행의 명령은 사형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하고, 법무부장관이 사형의 집행을 명하면 5일 이내에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형판결이 확정되면 최장 6개월 5일 내에는 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형집행의 명령은 법에서 법무부장관에게 부여한 재량 없는 직무다. 위 직무 수행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든, 알면서도 이를 방임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모두 형법상 범죄인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공익법무관을 마칠 무렵 법무부장관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하루하루 지옥에서 살고 있을 피해자의 유족에 비해 흉악범들은 사형집행에 대한 공포 없이 편하게 살고 있는 현 상황이 부조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 종교단체에서 사형폐지입법을 촉구하는 8만 6000여명의 사제 및 신도들이 서명을 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대한민국은 생명과 평화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국가로서, 전 세계의 사형폐지라는 유엔의 목표에 동참하는 차원에서도 사형폐지 입법을 통해 그 무거운 책임을 실천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민적 합의에 의해 사형제가 폐지된다면 승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위법 상태는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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