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얼마 전 박태환 선수가 남성 호르몬제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선수의 생명이 끝나는 것은 아닌지 온 국민이 우려했었다. 비록 금지 약물을 주사한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운동선수들은 항상 약물 복용의 유혹에 시달린다. 나이를 먹으면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 바로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이다. 그리고 근육을 젊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호르몬 주사인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뼈, 남성성기 등의 발육을 돕는데 사춘기에 급증한다.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은 30대 초반에 정점에 달했다가 이후 서서히 감소한다. 여성의 경우에는 소량만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 폐경기 때 급감하면 에너지가 떨어지고 지방이 늘어나고 우울해지며 기억력도 감퇴한다. 이런 변화는 개인 차이가 있지만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고 관절이 쑤시며 혈관 질환이 생기고 암이 발병하는 등 노화를 일으키는 여러 증세와 관련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2013년 한 해 동안에만 미국 남성 중 230만 명 이상이 겔, 패치, 알약, 주사 등 다양한 형태로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노화를 막기 위해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을 처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의료진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테스토스테론 요법이 심장마비, 근육 이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어떤 주장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못하였다.

노화를 막는 다른 방법은 세포의 염색체에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줄지 않게 하는 것이다. 세포가 분열되면서 텔로미어가 줄어들다가 없어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분열할 때 텔로미어의 길이가 전혀 줄지 않기 때문에 무한히 퍼지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텔로미어가 짧아진다고 한다. 부모의 이혼 등 가족 구조의 변화를 겪은 어린이는 정상적인 가정의 어린이들보다 텔로미어가 40% 정도 짧았다고 한다.

텔로미어는 먹는 음식을 바꾸고 스트레스를 조절할 경우 줄어드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사실이 밝혀졌다. 암 초기 환자들에게 지방질과 정제된 탄수화물 대신 과일, 야채, 가공하지 않은 곡식을 먹게 하고, 매일 30분씩 걷기 운동을 시키고, 가벼운 스트레칭과 명상, 서로를 격려하는 모임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였더니 5년 후에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텔로미어 길이가 훨씬 더 길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앞으로 노화를 방지하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과학적 연구가 지속될 것이고,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그런 연구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50-60대는 과거의 30대만큼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젊음을 유지할 것이다. 그런 시절을 맞이하기 전에 50대가 되어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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