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맹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두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촉각에만 의존해 사물을 파악한다. 따라서 그들이 내린 결론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세상을 보는 시각은 이처럼 코끼리를 만져보는 맹인과 다를 바 없다. 이 말은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쳐다봄으로써 올바르게 생각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사실은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사물에 대한 제한된 시각 때문에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지금 당장 드러난 모습만을 알 뿐이며, 숨겨진 더 큰 부분, 다시 말해서 잠재능력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우수하다고 선발된 학생들에게 하나의 문제(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풀 수 없는 문제)를 제시했다. 학생들은 문제를 풀려고 온갖 노력을 했지만 거듭 실패하자 좌절감을 느껴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다음에는 같은 학생들에게 또다시 문제(이번에는 풀 수 있는 문제)를 제시했다. 그들은 무기력한 행동을 보였으며 문제를 풀려는 노력조차 하지도 않은 채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이 실험절차의 핵심은 혼란스럽고 패배주의적이며 무기력한 반응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행동들은 학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실험 결과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오만방자할 정도로 편견을 가지고 모순되는 요구와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기성세대들,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아집을 부리는 형편없는 교사들, 그리고 실제적인 수행능력과 헌신을 무시해 버리는 여러 계층의 리더들, 이들 모두는 우리의 자신감을 저하시켜 우리의 잠재력을 깨닫지 못하게 만드는 장본인들이라는 사실이다. 과연 보통의 사람이 이러한 부정적 평가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길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 자아상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 보자. 적당한 비평이나 충고가 유해하다거나 신념만 있으면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허울 좋은 말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너무 값어치 없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잠재 능력은 인식하고 있는 것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명심해야 한다.  봄이 오고 교정엔 풋풋한 새내기들이 함박웃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적응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정보와 신념을 가지고 동년배들과 이상을 함께 하면서 낯설은 문제에 봉착했을 때 혹시라도 '난 절대로 이것을 할 수 없을 거야' 라든지 '난 이것을 할 만한 재능이 없어' 라는 생각이 들 때면 과거는 현재를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능이라는 것은 단지 습득된 요령일 뿐이며 그 요령은 학습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체적인 개인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자아를 맘껏 변화시켜 보자. 파이팅!

/박기태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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