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핸드폰이 울린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걱정스런 맘으로 핸드폰을 열었다. 사위의 전화였다. 전화기 속 사위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어머님! 수연이 만덕이 낳았어요" 순간 뭉클한 가슴을 진정하며 "그래 둘 다 건강해?" 라고 물었다. "네, 만덕이를 4.24kg으로 낳았어요" 세상에 그 작은 체구로 그렇게 큰 아기를 그것도 제왕절개가 아닌 자연분만으로낳다니. 마침 주일이라 예배를 일찍 드리고 서울 병원으로 급히 출발했다.

예정일을 앞두고 사위의 갑작스런 외국출장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사위가 토요일에 귀국하자 일요일 아침에 그것도 오전 7시에 낳았으니 참 감사했다. 병원에 도착해 신생아실에 있는 손자를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적지 않은 숫자의 아기들이 천사처럼 나란히 누워있는데 어찌 그리 다들 예쁜지…. 병실에 누워있는 딸을 보니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꼬옥 안아줬다. 애기가 애기를 낳았다고 사부인이 말씀하셨듯, 딸이 이제  아기 엄마가 됐다.

그 큰 녀석을 자연분만하기 위해 끝까지 진땀을 흘려가며 노력한 딸이 기특했다. 구례에서 올라오신 사돈도 손자를 마냥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8년 동안 손자가 없으셨던 사돈은 2년 전 장 손자를 보시고 이번에 둘째 아들의 손자를 보신 것이다. 며느리 손을 잡고 고생했다 눈물짓는 사돈을 보니 필자의 맘이 짠했다. 이런 사돈을 보면서 지난 32년 전에 있었던 일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지금의 딸을 낳았을 때 친정엄마가 손녀를 보기 위해 오셔서는 기쁜 표정이 아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딸아이를 안았었다. 엄마는 딸을 여섯이나 낳으셨다.

당신의 딸이 맏며느리로 시집을 가서 딸을 낳은 것이 몹시 걱정 되신 것이다. 친정엄마를 닮아서 딸을 낳았다고 생각 하신 것 같았다. 지금은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고 하는 세상이 됐으니 참 알 수 없는 것이 세월이다. 필자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호칭이 생긴 것이다. 할머니! 할머니가 된 것이다. 이런 호칭을 갖게 해준 손자가 참 좋다. 할머니 됐다는 기쁨에 직원들에게 한턱을 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한 직원이 "근데 할머니 된 것도 축하해야 돼요?" 한다. 예전 같으면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에 서글픈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행복하고 기쁘다. 온몸으로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하나 더 생긴 것이…. 구정연휴에 손자가 보고 싶어 친정에 가는 것을 접고 딸의 집을 갔다. 못 본 3주 동안 더 예뻐졌다. 딸과 사위는 세상에서 내 자식이 제일 잘 생겼다고 신이 나있다.

배가 고팠는지 우는 손자를 안아 우유를 먹였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힘을 줘 빠는 모습이 너무나 앙증스럽다. 볼수록 신기하다. 고 작은 것이 방귀를 뿡뿡 꾸고, 딸국질을 해대고, 입을 크게 벌려 하품하는 입도 왜 그리 예쁜지…. 팔 안에서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손자는 분명 날개 없는 천사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오는 내내 아기 냄새가 코끝에 가득하다. 손자자랑 하려면 돈을 내 놓고 해야 한다는데 돈을 내면서라도 마구 하고 싶다.

/김복회 청주 용담명암산성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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