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소품집 '러브스크림'발매

그룹 에픽하이(사진)만큼 멤버 조합이 어색한 팀도 없다.


세 멤버는 자신들의 다른 성격을 신호등에 비유한다. 타블로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니 초록불, 미쓰라진은 지킬 선을 절대 벗어나지 않아서 빨간불, dj투컷은 늘 갈까말까 망설여서 노란불이란다.


그래서 셋이 술자리를 갖는 횟수는 적지만 3개월 전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인 순간은 최근 발매한 소품집 '러브스크림(lovescream)'을 만드는 시발점이 됐다.


음악을 계속 해야할 지 심각하게 팀 해체를 고민한 자리였다. 그러나 결국 세 사람은 "그래도 해보자"고 소주잔을 부딪쳤다. 정규 음반에서 다루던 무거운 주제에 머리가 아파 휴식같은 음악을 하기로 했다.


중압감에서 벗어나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사랑 얘기를 꺼냈다. 전자음악으로 꽉 채웠던 사운드는 피아노와 현악기의 협연으로 아날로그 질감을 살렸다.


"에픽하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죠. 우리는 음악 트렌드를 만들 생각도, 주도할 능력도 없어요. 퍼포먼스를 할 수 없고 외모도 못 생겼으니 비주얼로 승부도 못하죠. 결국 사람들이 공감할, 망각했던 얘기를 담은 인간적인 음악을 열심히 하기로 했어요."


연주곡이 아니라 보컬이 들어갈 곡은 각자 한곡씩 쓰기로 했다.


타블로가 작곡한 타이틀곡 '1분1초'는 멜로디를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히트곡 '팬(fan)'과 멜로디 라인이 비슷하다. 뭔가 보여주겠다고, 멋있게 만들려고,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계산하지 않았다.


연인과의 이별 후 지우기 힘들었던 일상의 기억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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