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 위로 까치가 날아다닌다. 어느덧 까치가 생각나던 설명절도 지나고, 새봄이 됐다.

이웃집 교회 옥상에 원통형으로 된 십자가 탑이 있는데 건물에 비해 탑 규모가 너무 높다. 언젠가 태풍에 교회 첨탑이 쓰러졌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서울에서 이사 온 주인이 탑 위에 있던 까치집을 제거했지만, 또 까치 한 쌍이 오르내린다. 원통 안쪽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물고, 좁은 탑 안을 한 칸 한 칸 올라 꼭대기까지 옮기는 것이었다. 멀리 산에서 나르는 것보다 좁디좁은 바닥에서 옮기는 것이 더 쉽고 능률적일까 궁금해 까치에 대해 알아봤다.

까치들의 지능은 생각보다 높았다. 까치의 IQ는 60∼70 정도로 세 살짜리 어린아이의 지능과 비슷하다고 한다. 여름철엔 단독생활을 하지만 겨울이 되면 떼로 몰려다닌다. 대량으로 무리를 짓기 때문에 독수리 같은 맹금류도 쉽사리 덤비지 못한다. 실제로 까치 떼에게 먹이를 빼앗기는 독수리도 있다고 하니 놀랍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더니 먹이사슬도 뭉치는 위력 앞에 무너지기도 한다니!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을 터무니없는 속담으로만 여겼는데, 까치가 텃새이다 보니 동네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해서 낯선 얼굴이 보이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겼다고 하니 흥미롭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까치의 인기는 높아서 지난 1964년 국제조류보호협회 한국지부가 '나라 새'를 공모, 런던에 있는 국제조류보호위원회에 '한국의 새'로 등록했다. 나라새는 애조사상(愛鳥思想)을 고취하며 민족을 상징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까치는 우리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친근한 새 가운데 하나다.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산에서는 까치를 찾아볼 수 없다. 까치는 마을 부근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람이 지은 낱알과 과일을 먹으며, 심지어 사람 흉내까지 낸다. 사람을 가까이하며 학습이나 모방까지 잘 하는, 지능이 높은 새이기도 하다.

또한 경기도 성남시를 비롯해 서울, 대전, 충북도, 전북도를 포함한 수많은 지자체와 마을에서 까치를 상징 새로 선정하고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길조(吉鳥)라고 여겨 보호를 받아왔는데, 최근에는 '유해조수(有害鳥獸)'가 돼 천덕꾸러기가 됐으니 아이러니하다.

'귀여움 받는 것도 제 탓'이라더니 과일, 농작물 등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쪼아 먹는데다가, 본디 나무에 둥지를 지어야할 것을 전신주 같은 엉뚱한 곳에 짓고, 닥치는 대로 피해를 주기 때문에 버림받게 된 것이다. 머지않아 교회 탑 위의 집에서 새끼까치도 부화하고 자랄 텐데….

우리 주변에서 대표적인 익조(益鳥)로 사랑을 받아오던 까치도 천대받듯이, 우리도 사리분별을 못하고 피해를 주는 등 좋지 못한 행동을 하면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교훈도 되새기자. 까치가 해를 입히지 않으면 제비처럼 익조로 환영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것처럼.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