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기미년(1919년) 3월 1일 정오, 천안지역에서 시작된 독립만세운동의 열기가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졌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저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면서 자립의 의지를 표명했다.

독립운동가 하면 안중근, 김구, 유관순이 떠오른다. 그들의 정신과 후원에 힘입어 국내외에서 끝없이 이어진 독립투쟁,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흘린 피와 맞바꾼 광복, 이 땅이 다시 우리 손에 돌아온 지 어언 70년이 됐다.

삼일절 날 우리는 독립운동의 불씨를 당긴 유관순 열사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그날의 함성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러나 초·중·고생 10명 중 4명은 3·1절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다. 그들은 그것을 '삼점일절' 운동으로 읽는단다. 성인의 일제시대 역사에 대한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일 강제합병의 시기에 대해 성인 19%만 '1910년'으로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한다. 이는 성인들조차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의 야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우익들은 과거의 역사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반성은 고사하고 그것을 왜곡하고 심지어 정당화하고 있다.

독도의 자국 영토 주장, 위안부 문제의 부정, 교과서 왜곡 등 극우파들의 행동과 망언이 도를 넘어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조차 그것을 우려한다.

독립운동가인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과연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을 후손들에게 올바르게 교육시키고 있는가. 국가는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

우리 국민의 86%는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일제강점기를 '더 상세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내용과 형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으나, 대다수가 역사교육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일본 뿐이겠는가. 중국도 그렇다.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의 역사에 편입시키고, 한때의 변방 역사로 치부하고 있다. 그들이 동북공정에 기울이는 노력을 보면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그들은 다시 찾아올지 모를 기회에 대비한 준비를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고 야심차게 하고 있다.

주변 열강들의 이런 야욕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젊은이들은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그 심각성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그리고 병자호란의 실상과 의미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모든 역사에서 자국의 역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데 그 역사에 우리만큼 무관심한 나라도 아마 드물 것이다.

우리 지식인들은 그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좀처럼 크게 내지 않는다. 한국의 근현대 역사쓰기에서도 역사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해석도 교과서마다 제각기 다르다.

역사 제대로 쓰기와 올바른 역사교육의 필요성이 지금보다 더 요구된 적이 없다. 국사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며, 그 대상은 마땅히 전 국민이라야 한다. 과거의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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