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ㆍ칼럼니스트

오랜만에 교외로 나갔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더위를 쫓지 못하는 무더위 속에 저 멀리에서 한 나이 드신 어른께선 밭일을 하고 계신다.
얼마 전에 한 고위층의 인척이 선거 때에 공천을 빌미로 수십억을 챙겼다는 기사가 떠오르며 뒷맛이 개운치 않다.
불가(佛家)에서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인생은 뜬구름(浮雲)과 같다"고 했다.
회남자(淮南子에는 생기사귀(生寄死歸)라고,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 있음은 일시의 기류(寄留)와 같고, 죽음은 본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인생은 뜬 구름과 같고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 같은 존재인데 "백년도 못 살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
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꼭 필요한 사람이고, 둘째는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셋째는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은 그래도 사회에나 그가 소속이 되어 있는 조직에 피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못된 짓을 해서 남의 가슴에 못 질을 하는 사람은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남에게 도움을 주거나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베푸는 삶을 사는 사람은 꼭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뉴스 시간만 되면 의문의 살인사건이 연이어 보도되고 주검이 되어 돌아온 자식의 시신 앞에 오열하는 부모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아프게 한다.
五代史에는 표사유피 인사유명(豹死留皮 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고 흔히들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고 한다.
사회나 조직에서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며 반대로 일관(一貫)해서 모든 일을 그리 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짐이 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고 한 사람의 평가나 공과(功過)는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 관 뚜껑이 닫힌 뒤에야 판가름 난다고 하지 않는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혼자서 울고 태어났지만, 이 세상을 하직하고 관 뚜껑이 닫힐 때에는 만 사람이 울어주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 생각난다.
테레사 수녀나 슈바이처와 같이 남에게 베풀지는 못할망정 남의 가슴에 못 질을 하는 사람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성실한 생활속에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보고 싶다.
우리 모두가 향기(香氣) 있는 이름을 남기지는 못할망정 저주 받는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 떠난 자리가 아름답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삶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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