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창준교수

현재 한국사회 또는 전세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논함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신뢰의 문제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 되었다. 그동안 정부의 외환관련 각종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의도한 대로 잘 풀리지 않았는데 쉽게 믿으려 들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방향으로의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발 경제위기는 거액의 자금이 투입될 구제금융 법안의 하원 통과에도 불구하고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외신이 날아든다. 이밖에 미국의 집값 하락세가 멈추려면 최소한 수개월 또는 많게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며 시장신뢰도 무너진 상태라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97년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해외투자가들이 한국기업에 투자했던 자본을 일시 회수했기 때문인데 이는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즉 물적자본과 인적자본 뿐만 아니라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업의 측면에서는 노사분규·분식회계·기업경영의 불투명성 등의 불신요인과 거시적 측면의 정부경제정책의 실패, 불확실성 등이 신뢰를 깨뜨리는 저해요인으로 들 수 있고, 이러한 신뢰는 개인들간의 단순한 심리적 차원을 넘어서는 사회·경제적인 측면의 의미가 된다.
일본계 미국인인 후쿠야마가 그의 저서 'trust'에서 개념화한 신뢰는 경제활동의 대부분이 신뢰를 바탕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신뢰는 거래비용을 줄여줌으로서 경제의 효용성을 높여주는 경제적 자산이라고 강조하였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성이 경제의 동력이자 근간이라고 설명하였지만 오늘날에서는 부분적으로 옳으며 도덕·협동심·사회관습처럼 고전 경제학에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요소들이 경제발전과 관계되는 것이다.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를 통해 서로를 믿고 존중하며 자발적인 협력을 하는 사회는 경제적으로도 발전하는 사회이다.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자발적 사회성이 시장경제에 관계 한다는 후쿠야마의 시각이 새삼스럽다. 지금 우리는 신뢰의 위기와 함께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우리는 개인간의 신뢰를 확장하되 한국문화의 연과 줄에 의한 악습의 폐해를 폐하고 공적인 신뢰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강조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적 신뢰의 확보가 시급하다. 자신들은 안일하게 갖가지 온갖 온정주의에 안주하면서 그에 항의하는 시민들에 대해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이중적인 모습으로 사회의 공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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