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충청일보]필자가 좋아하는 한국영화 중에 '의형제(장훈 감독·2010)'가 있다.

독자들도 이 영화를 많이 봤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흥행배우 송강호와 당대 최고의 꽃미남 강동원이 출연한 작품으로 국가정보기관요원과 북한의 남파공작원 사이에서 벌여지는 스릴과 서스펜스, 짜임새 있는 각본과 감칠맛 나는 명연기가 잘 어우러져 진한 감동을 가져다준다.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조국에 대한 충정과 가족 향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남북한 사람들의 복잡하고도 애절한 심리를 이해할 수 있고, 영화 속 군데군데 등장하는 한국거주 다문화가정들의 애달픈 삶이 같은 처지인 필자가 이 작품에 많은 매력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극중 절묘한 감초 역할로 재미를 한층 더 높여주는 이가 베트남 깡패 두목(고창석 분)인데 언뜻 보기에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그의 언행들이 베트남사람들의 특징을 너무나도 잘 묘사하고 있어 리얼리티를 고집하는 제작진의 프로정신이 돋보인다.

"우리 오늘 축구 졌다!"라며 국가대항전에 패배한 울분을 온몸으로 호소하는 모습은 베트남인들의 축구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유일한 프로스포츠로써 프로축구 V리그가 있는데 각 지방에 연고를 둔 14개 팀으로 구성돼 있고 지난 1980년 시작했다고 하니까 놀랍게도 1983년에 출범한 우리나라 K리그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2월 17일 AFC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하노이T&T팀이 FC서울에 0:7로 대패한 결과로 보면 실력면에선 아시아의 맹주 한국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축구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사랑과 열기만큼은 프리미어리그 저리가라다.
 

역경을 만났을 때 똘똘 뭉치는 단결심 또한 베트남인의 특징이다.

영화 '의형제'에서도 남편의 폭력을 피해 가출한 베트남 여성을 구출하기 위해 순식간에 모여드는 베트남 노동자들의 모습은 강한 동족의식으로 엮어진 그들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세계최강의 미국을 상대로 15년 동안이나 전쟁을 치르며 지형이 바뀔 정도의 맹폭격도 인체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는 고엽제 무차별 살포도 이겨내고 끝내 승리의 기적을 이루어낸 베트남의 저력이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남한과 북한 사이엔 시종 무겁고 냉혹한 정치적 대립구도가 깔려 있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베트남인들은 늘 낙천적이고 열정적이면서 고난에 쉽게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 한국과 그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한 베트남, 똑같이 중국문명의 변두리에 위치하고, 유교를 신봉하며, 숱한 외침과 저항의 역사를 간직하면서도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북방계와 남방계, 부계사회와 모계사회 등 동시에 확연한 차이점을 지녔다.

묘하게 닮고 묘하게 안 닮은 이 두 나라, 한편의 영화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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