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충북 교총 회장·청주교육대학교 교수

 

충북교총과 충북교육청의 단체교섭이 체결됐다. 2007년 3월 이후 처음 이루어진 타결이다. 총 58개 요구안 중 44개항에 합의·서명하였으며, 서면교섭으로 39개 항에 타협을 이루는 과정도 있었다. 전문직 교원단체 활동 보장, 교원 처우·근무여건 개선, 시설환경 낙후학교 지원, 교권침해 방지 정책 수립 등이 합의내용이다. 이번 교섭은 기간과 형식면에서 기존의 단체교섭과는 다른 발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선 교섭안 제출 후 4개월 만에 합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교섭은 장기간에 걸쳐 협상 테이블에서 밀고 당기는 만남이 지속된다. 상황에 따라 서로 언쟁하며 결렬도 불사하는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이번 교섭은 순조롭게 전격적으로 타결되었다.

서면교섭이라는 새로운 방식도 특징적이다. 일상적으로는 교섭안을 제출하면 실무협의회,소위원회 등 대면교섭을 통하여 내용을 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 과정에서 지리한 논쟁이 이어지기도 하고 이로 인해 협상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교섭은 교육청의 관련 부서에서 검토 후 그 결과를 서면으로 교총에 통보해 왔고, 교총에서도 자체 검토를 거쳐 다시 수정안을 서면으로 교육청에 제출하였다. 이것을 충분히 검토한 후 교육청과 교총은 소위원회를 열어 합의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조정을 하여 합의안을 도출하였다.

전례가 없는 이러한 단체 교섭은 교육청과 교총의 본교섭 상견례에서 서로 합의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교육청과 교총의 단체교섭은 실용적이며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서로 믿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교섭에 임하자. 최대한 진정성을 갖고 실용적인 교섭을 추진하자는 충북교총의 제안에 충북교육청도 동의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충북교총이 이러한 제안을 한 이유 중의 하나는 교원단체의 교섭은 여타 노동조합에서 추진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일반적으로 노조의 단체교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한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협상이다. 그러나 전문직 단체인 교총은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한다. 충북교총은 전문직 단체로서 교섭에 임하고자 했다.

전문직단체 교섭은 노조단체 교섭과 달라야 한다. 기업의 노조관계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역학관계에서 갈등 양상을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근로자의 노동 결과가 기업 이익의 기반이 되고, 그 잉여가치를 남겨야만 기업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잉여가치 배분에서 제로섬의 양상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교원의 경우 다르다. 교원의 직무가 교섭 당사자인 교육청의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는 아니다. 교육청 관계자도 사용자라고 엄격히 구획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자원도 노동자의 노동에서 축적되는 기업의 자원과는 다르다. 따라서 공무원이자 전문직인 교원의 단체 교섭은 기업의 단체 교섭과 달라야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학교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교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시로 다양한 방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여론을 수렴하여 복지 정책을 개발하고, 전문성 신장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섭은 시간을 허비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해야 한다. 교섭 과정에서 수용불가로 분류된 사안에 대해서는 다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충북 교총은 다시 2015년 하반기 단체교섭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학교 현장 선생님들의 생생한 여론을 수렴할 것이다. 타시도의 사례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정책을 개발할 것이다. 학부모나 시민사회 단체의 조언(助言)이나 고언(苦言)도 적극 경청할 것이다. 진정 충북교육 발전을 위한 소중한 제언을 기대한다.

 

▲ 윤건영 충북 교총 회장·청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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