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일을 마치고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던 젊은 가장을 술에 취한 운전자가 차로 치고 도주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사건'. 도주한 운전자를 찾지 못해 이른바 네티즌수사대들이 활동하면서 전 국민의 이슈로 급부상한 안타까운 이 사건은 운전자가 자수하고 구속 기소되면서 조금씩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크림빵 뺑소니와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은 일반 운전자들 누구나 그 상황에 처하면 뺑소니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뺑소니'는 법률용어는 아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도주차량)위반죄가 그 정식 죄명이다. 자동차, 원동기장치자전거의 교통으로 인해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救護)하는 등 도로교통법 상의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 처벌하는 범죄다. 도로교통법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해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사고 후 조치의무), 그 차의 운전자등은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있을 때는 그 경찰공무원에게,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없을 때는 가장 가까운 국가경찰관서에 사고가 일어난 곳, 사상자 수 및 부상 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 정도 등 그 밖의 조치사항을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신고의무)고 규정하고 있다.

그 중 신고의무는 운행 중인 차만 손괴된 것이 분명하고 도로에서의 위험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면제된다. 법 규정만 보면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대법원 판례상 뺑소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다친 피해자를 직접 또는 119를 통해 병원에 호송하고 신속히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구호조치의무'를 이행했는지와  피해자 측에 가해운전자의 인적사항을 알려 줘야 하는 '신원확인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뺑소니로 처벌된다. 다친 피해자를 병원으로 호송해 치료를 받는 중에 아무 말 없이 집으로 귀가한 경우는 신원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뺑소니로 처벌되고, 상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알리기는 했으나 사고의 책임에 대해 다툼이 있어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경우 역시 뺑소니로 처벌된다. 상대방이 다치지 않았다고 하는 경우까지 병원으로 데려갈 필요는 없는데, 피해자가 판단능력이 미숙한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다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병원에 데려가거나, 부모님에게 연락을 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많은 뺑소니 사건을 처리하면서 만난 피고인(가해자)들 중 상당수는 교통사고 후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당황을 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우였다. 운전 중 충격을 느꼈다면 일단 정차해 사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충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대로 현장을 이탈했는데, 사람을 친 것이었다면 뺑소니로 처벌받게 되기 때문이다. 평소에 교통사고가 나면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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