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탄생하던 무렵 시민강좌 연단에서 목청을 돋우던 일이 생각난다.

"건국 60년인데 우리고장에서 대통령은 고사하고 국무총리 한 분 나온 일 있습니까. 없죠. 그런데 유엔사무총장이 나왔습니다. 그게 어떤 자리입니까. 세계평화대통령 아닙니까. 바로 융합·조화·소통의 포용정신이 충북인 기질로 맥맥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쾌거입니다. 갈등과 대결의 분열시대, 충청인 특유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함성과 함께 터지는 전폭 동의의 박수갈채, 지금껏 귀에 생생하다.

대한민국 땅덩이의 '배꼽'자리가 어디냐를 놓고 3개 시·군 간에 기싸움이 벌어진 일이 있다. 어떤 고을에서는 배꼽마을까지 만들고 테마공원까지 조성한다는 언론보도까지 있었다.

'우리가 한반도의 중심에 살고 있다'고 하는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하는데 뜻이 있음직하다.

그런데 기왕 우리나라를 사람 몸에 비유할 바에야 한술 더 떠서 '위(胃)'에 해당되는 지역이 어디냐 한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충청북도'이다.

왜냐? 아득한 옛날 충북은 백제·고구려·신라의 접경지대에 위치하여 3국의 각축장이 될 때부터 세 나라의 문화요소들이 흘러들어와 공존하면서 융합의 문화, 소통의 문화를 형성해오지 않았던가.

이후 동·서·남·북의 문화교류 요충지로서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문화를 절충·조화시키는 포용력과 관용성을 나타내 온 고장이 바로 충북인 것이다.

즉 '나와 다른 체계를 끊임없이 통합해서 새롭게 창조해 내는 문화'가 충북 청주의 동인(動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0세기 산업시대를 눈과 귀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21세기는 나와 다른 문화를 내 세포 안에 끌어들여서 내 조직으로 만드는 위(밥통)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하는 미래학자들의 주장이 우리들 귀에 쏙 들어오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21세기 글로벌시대, 통합의 시대에는 충청북도가 분명 그 중심축에 설 수 있다.

아니 우리 충북인이 이러한 소명을 인식하고 역사의 전면에 나서서 그 중심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연말 민관으로 구성된 2008문화의달 추진위원회가 출범할 때 뜻밖에도 위원장의 중책이 주어졌다. 몇 차례 고사(固辭)하던 끝에 하나의 인연인 듯 싶어 수락을 하고 말았다.

내 얼굴을 두고 '달덩이 같다, 보름달이 떴다'하는 얘기를 수 없이 들어오던 바이고 문화원장 8년 경력도 쌓은 터이니 그렇다면 내가 '문화의 달'과 어떤 인연이 닿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다.

새해 들어 주제어 선택을 놓고 고민에 빠졌던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소통'이란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전에 어느 축제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 말이다.

그러나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국가행사인 '문화의 달'에 가장 잘 맞을 듯 싶어 첫 번째 추진위원회에 제안했고 도종환 시인의 손을 거쳐 '소통 - 문화의 길 열다'로 생명력을 부여받기에 이르렀다.

'소통'을 주제어로 삼으려면 우선 우리 행사추진 주체에서부터 소통의 질서가 서야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도와 시가, 민과 관이, 예술인과 예술인이 그리고 예술인과 시민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우선인 것이다.

여기에 가장 절박한 현실적 관건은 지역의 예총과 민예총이 손을 잡고 뜻을 합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의 달 행사가 청주에 온 뜻이 무엇인가?

지역문화의 자생력확보 그리고 지역 내 다양한 예술단체들이 협력의 틀을 북돋아주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추진위원들은 이 점에 유념하고 준비에 임했다.

이제 소통은 시작되었다. 2008문화의달 청주축제 10대행사 곳곳에 스민 이 소통의 청주정신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모든 사람들이 지역과 세대와 계층의 벽을 허물고 소속과 이해를 초월하여 하나로 소통하는 큰 물결을 일으키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성숙한 문화사회를 앞당기는 국가차원의 행사에 지역민들의 애정 어린 성원과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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