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일까? 엘리어트의 '4월은 잔인한 달'이 생각이 날까? 하지만 왜 잔인한 달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학창 시절의 4월은 무척 재미있는 달이었다. 4월 1일 만우절이 되면 그 날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잘 모르면서 교실의 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바꾸어 선생님을 놀리던 초등학교 동창 동욱이가 생각나고 혹은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하여 친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중학교 친구 정순이도 생각이 난다.
 

4월 5일에는 나무를 심어야 했고 아버지를 따라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모신 산소에 가서 겨울동안 잘못된 곳이 없나 둘러보고 성묘를 드렸다.
 

4월 19일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희생한 학생의거가 있었던 날로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께서 이 사건에 관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장군 탄신일로 중학교 때 충무공의 동상이 있었는데 전교생이 그 앞에서 묵념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가 잊을 수 없는 4월 16일이 있다.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고교생 등 477명이 탄 여객선이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했다.
 

차가운 바다에서 숨져간 어린 학생들, 제자를 구하려다 함께 제자와 숨을 거둔 선생님들, 그리고 구조되어 살아남았지만 진도 바다에서 친구와 동료들과 함께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국민 모두 다짐하는 날이 4월 16일이다.
 

온 국민이 침몰하는 배에 탄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울며 기도했던 날이 4월 16일이다.
 

또한 침몰하는 배를 보면서 오열하는 희생자의 가족을 보면서 함께 슬퍼했던 날이다.
 

사건이 나자 높으신 분들은 앞 다투어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갔고 텔레비전에 출현할 때는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다.
 

지금도 가끔 몇 분이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다. 그 분들은 이 사건의 뒷수습을 위해 세월호 특별법을 서로 '함께' 만들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최근 입법예고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난지 거의 1년이 다되는 시점에서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우리는 희생자들과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위로만을 한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희생자와 그 유가족을 모욕하기도 했으며, 이제는 그만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특별법이라는 선물을 주었지만 유가족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받을 선물을 거부하는 것을 보면 무엇인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아마 위로가 아니라 함께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들과 함께 걸으며 4월 16일을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4월이 되면 16일을 꼭 기억할 것이다.

/김기형 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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