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라는 키워드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마침 아내가 특수교육을 전공하던 것이 계기였던 듯하다.
 

다행이 내가 경험할 수 있었던 나라는 일본과 미국처럼 '장애'가 삶의 '장애'가 아닌 것처럼 살아갈 수 있는 나라였다. 
 

현재 장애인실태조사에서 나타난 통계에 의하면, 1995년 34만7275명에서 2000년 69만7513명 이었던 것이 2005년 통계에서는 161만994명, 2008년 210만4889명으로 집계되었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장애인의 등록건수가 급격히 증가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1997년 IMF외환위기를 계기로 삶이 팍팍해지고 세금 감면 등의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등록함으로서 음성화되어 있던 장애인들의 숫자가 밝혀진 까닭이다.
 

수화(手話,sign language)에 관심이 있어 모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등록하여 수화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수화선생님의 소개로 몇몇 청각장애를 가진 대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기회를 가졌다.
 

수화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닌 까닭에 엄습해 오는 두려움을 안고 교실에 들어서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나를 비롯한 비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편견, 아니 오류 중에 하나가 시각장애인보다 청각장애인이 더 많이 알고 더 활기찬 생활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보지 않는 이상 그들은 비장애인들과 전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외모와 평범한 차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비장애인으로서 처음 느끼는 위화감은 '예의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비장애인들만의 교실에 들어가면 수업시간에 책상을 삐걱거리거나 의자를 끌어당기다 내는 단발마에 가까운 소음 등은 잘 발생하지 않기도 하고, 그런 돌발소음을 만든 당사자는 매우 미안한 표정을 짓게 된다.
 

사실은 그들이 예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교실의 소음이나 단발마같은 비명에 비장애인들이 얼만큼 충격을 받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비장애인들은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편견'이란 '공정하지 못하고 한 쪽으로 치우친 사고(思考)나 견해'를 뜻하는 말이다.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대다수가 이같은 '편견'과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비장애인인 현실에서,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 곧 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통렬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안용주 선문대학교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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