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아기자

 "나는 누구인가,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 나는 역사의 피해자다"


 베트남  '전쟁 증적 박물관'에 쓰인 한국군 고엽제 피해자의 말이다.


 지난달 28일~지난 4일까지 충북민예총의 한-베트남 문화예술교류를 동행 취재했다.


 지난 12년간 이어 온 충북과 베트남의 문화예술교류지만, 이번 교류는 베트남전쟁 종전 40주년이라는 역사적 기록이 더해져 더욱 의미 있었다.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방문한 곳은 '전쟁 증적 박물관'.


 그곳에는 고엽제 피해자들의 사진, 쉴새 없이 쏟아지는 폭격의 모습 등 참혹한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참혹한 기록 속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가해자는 누구인가"라는 문구였다. 베트남 곳곳에 한국군을 증오하는 '증오비'가 세워져 있지만, 증적 박물관은 전쟁 중 고엽제 피해를 입은 한국군 역시 베트남 국민들과 같은 전쟁의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4일 호치민공항에서 '후인 응옥 번' 증적 박물관 관장과 한국군 민간인학살의 생존자 '응우옌 떤 런', '응우옌 티 탄'씨를 만났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바깥 외출이 쉽지 않은 이들이 용기를 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9일 대구 경북대에서 예정됐던 '아시아 평화의 밤'행사에 참여해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자칫 증언을 반대하는 단체에 의해 다시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인천공항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나온 취재진들로 가득했다.


 이제 '전쟁의 진실'을 알리려 한국을 찾은 응우옌 떤 런, 응우옌 티 탄씨의 생생한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리고 그 진실과는 어떤 모습으로 대면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정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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