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오늘 참 잘했어. 그 어려운 것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연주하다니. 대단해!" 오늘, '찔레꽃'을 연주한 필자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칭찬을 해줬다. 칭찬을 들은 필자의 가슴은 어느 때 보다도 편안한 숨을 쉴 수 있었다.


 몇 년 전, 월요일은 늘 칭찬하는 조회였다. 월요일은 일주일 동안 제일 착한 어린이를 봐 뒀다가 조회대 위에서 상을 주며 칭찬을 해 주는 날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칭찬 조회가 있던 월요일, 조회대에 올라 칭찬을 해 줄 1학년 아이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는 순간,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선생님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해하기에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 속에 그 아이를 칭찬 해줬다.

1학년인 그 아이는 운동장이나 복도에서 보면 얼른 달려 와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칭찬조회를 마치고 조회대에서 내려오는데 교감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오늘 칭찬은 좀 잘못하셨어요. 그 아이는 1학년에서 제일 말썽꾸러기로 엄마들로부터 매일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아이에요." "네? 정말이에요?"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이를 어쩌랴. 자세히 두고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아이는 그 전보다도 더 열심히 인사도 하고, 휴지도 잘 줍고, 아이들도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하! 잘 한 때만 칭찬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 잘하라고 해 주는 칭찬도 있구나. 깊은 깨달음이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설레임 속에 여행을 떠났다. 어디든 가면 그 곳 만의 맛있는 음식과 전통음식을 먹어 보는 즐거움 또한 크기에 마지막 밤, 그 나라의 전통 맥주를 놓고 빙 둘러 앉아 건배를 했다.


 옆에 있는 사모님을 쳐다보니 얼굴이 불그스레하다. 이때, 필자의 입에서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소리가 툭 튀어 나오고 말았다.


 "저는요. 다시 태어나도 저희 남편과 결혼 할 거에요."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고 난리가 났다. 평소 그럴 마음은 없었는데 말이다. "여보, 지금 당신 술 취했어?" "아니요." 남편도 싱글벙글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 날, 사람들은 남편에게 술을 사라고 해서 술값은 남편이 내고 말았다. 숙소로 돌아 와 생각해 보니 이게 잘한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남편도 이제 다시 태어나도 결혼하고 싶은 남편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 좋은 남편이 될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오늘도 남편은 필자에게 묻는다. "당신 정말로 다시 태어나도 나하고 결혼 할 거야?"  "네. 다시 태어나도…." 더 잘하라고 하는 칭찬도 효과 만점이라는 것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몇 해 전, 조회대 위에서 칭찬을 해 준 1학년 아이가 떠오른다. 올 해 4학년이 된 그 아이는 아마도 모범생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큰 아이로 자라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칭찬은 해도 해도 넘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칭찬할 시간이 부족함도 잘 알고 있다.

/진영옥 동화작가·전 주중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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