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생물도감ㆍ독특한 취미 다룬 서적 잇따라 출간

잠자리, 고사리, 길고양이에 탐닉하는 사람 등 이색 소재와 취미를 다룬 책들이 최근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3일 출판계에 따르면 그동안 도감 출판 시장에서는 일반적인 식물도감, 동물도감 등이 주를 이뤘지만 올 들어 잠자리, 고사리, 야생동물의 배설 흔적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책이 나오고 있다.

이전에는 다수가 좋아하거나 광범위한 내용의 도감이 출판됐다면 이제는 소수가 애호하는 특정 분야를 세분화해 조명한 책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소재가 신선하고 흥미로워 독자에 따라 "이런 것도 책으로 나오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 거릴 정도다.

5월 출간된 '한국의 잠자리 생태도감'(일공육사 펴냄)이 그런 책이다. 책은 한반도에 서식하는 잠자리 125종의 생태를 설명하고 170여 장의 표본 사진을 소개했다.

저자 정광수씨의 이력도 재미있다. 세계잠자리협회 회원이며 한국잠자리연구회장을 지낸 정씨는 잠자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잠자리에 지지 않을 정도로 신선한 소재라 할 수 있는 고사리를 다룬 책도 있다.

이끼 낀 바위, 안개가 자욱한 숲 속 등에서 볼 수 있는 고사리는 밥상 위에 오르는 반찬거리 가운데 하나여서 하찮게 바라볼 수도 있다.

한국양치식물연구회장을 역임한 김정근 서울대 명예교수, 고사리 재배 경력 20년이 넘은 방한숙 제주방림원장과 김영란 정릉고사리연구원장 등 3명의 고사리 전문가들은 사랑을 가득 담은 눈길로 고사리를 바라봤다.

이들이 4월 펴낸 '꽃보다 아름다운 고사리의 세계'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고사리를 포함해 전 세계 고사리 513종류가 800여 컷의 사진과 함께 소개됐다.

지리산국립공원의 반달곰관리팀에서 근무하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에서 일하는 최태영씨는 야생동물의 흔적을 좇았다.

최씨는 올해 1월 출간한 '야생동물 흔적 도감'(돌베개)에 두더지, 다람쥐, 너구리 등 산과 들에 사는 포유동물 30여 종의 발자국을 비롯해 배설물, 잠자리, 털 등 야생동물의 삶을 600여 컷의 사진과 세밀화로 엮고 생태를 설명했다.

이색 도감은 아니지만 올 들어 시작된 갤리온의 '작은 탐닉' 시리즈는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또는 주목받지 못했던 보통 사람들의 이색 취미를 다뤘다.

첫 번째 시리즈는 도둑고양이로도 불리는 길고양이를 4년 6개월간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과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소개한 고경원씨의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였다.

4월에는 일요일 아침 동네 카페 풍경, 기차 여행의 추억 등 소소하고 자잘한 일상을 작은 포스트잇에 그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토목 엔지니어 문태곤씨의 '나는 소소한 일상에 탐닉한다'가 출간됐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풀어놓는 '작은 탐닉' 네 번째 시리즈였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요즘 독자는 수동적으로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수집하는 '컬렉터'(collector)라 할 수 있다"며 "자신의 관심사나 취미에 맞는 책을 접함으로써 공감은 물론 독자가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것이 요즘 책이라는 매체"라고 말했다.

한 소장은 "책을 통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다양한 관심사가 드러나게 되면,그것에 공감하는 독자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라며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이런 출간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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