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충청일보]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준 충격은 너무나 크다.

하지만 그 충격의 성격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세상을 등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우리가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부끄러움도 너무나 크다.

하지만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던 더 큰 충격은 유치원생도 아닌 고등학생들이 물이 차오르는 배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에 순종해 배가 바다에 빠지는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왜 학생들은 스스로 위급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배 안에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을까?

그 점이 교육자인 필자는 가장 부끄럽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는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비판도 하지 말고, 묻지도 말고 부모가, 교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환상을 주입하지 않는가?

교사들도 학생들처럼 너무나 순종적이다.

그들은 학교의 모범생들로 교육을 받고 교사가 됐기 때문에 자신에게 익숙한 세계를 학생들에게 안내할 것이다.

그들은 교육 정책이 바뀌어도, 새로운 수많은 업무를 부여해도 말없이 이 일을 해낼 능력이 있다.

그러다보니 교육 현장의 문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수동적인 태도로는 변화된 세상에 필요한 능력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육열을 자랑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도 엄청나다.

수많은 과학고, 과학중점학교, 과학영재학교, 영재원 뿐 아니라 이제는 수백억 원을 투자해 세종시와 인천시에 과학예술영재학교도 세워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들은 50년 전과 다름없는 방식의 대학 교육을 받고, 임용고사라는 암기식 시험을 통과한 후에 변화된 교육의 전문가로서 성장할 기회를 거의 제공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전문성은 '명문대 몇 명 합격!'라는 플랜카드로 인정받는다.

교육의 질은 현란한 교과서 삽화나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이 아니라, 교사에 의해 결정된다.

엄청난 투자로 만들어지는 학교들이 다시 학생들을 명문대로 보내는 통로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교사들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성을 발달시켜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 교육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한 교사를 위해 투자되는 우리나라의 예산을 외국과 비교하면, 그것이 우리가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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