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심란하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우리네 마음이 화창한 봄날의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착잡한 마음에 글을 읽다보니 아래와 같은 글이 눈에 들어온다.

'먼 옛날 두 눈을 실명해 앞을 못 보는 소경이 살고 있었습니다, 평생소원은 눈 한 번 떠봤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소문을 들은 부엉이가 "아저씨, 나는 밤에만 돌아다니고 낮에는 가만히 잠만 자기에 낮에는 눈이 필요하지 않아요. 낮에는 내 눈을 빌려 드릴 테니 밤이면 눈을 돌려주세요."

그 남자가 말했습니다. "너무나 고맙다. 밤에는 꼭 돌려줄테니 낮에만 빌려다오. 나도 밤이면 잠만 자면 되니까 필요 없지."

부엉이가 말했습니다. "약속대로 밤에는 꼭 돌려 주셔야합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세상이 너무나 눈부시게 보였습니다. 그 날부터 눈은 낮이면 이 남자가, 밤이면 부엉이가 교대로 사용했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남자에게 욕심이 생겼습니다. "교대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 밤이 돼도 주지 말고 도망가자."

남자는 부엉이 눈을 가지고 멀리 도망가 버렸습니다. 밤에도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점점 눈이 흐려지더니 다시 소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자는 더듬더듬 부엉이를 찾아갔습니다.

"아저씨! 왜 약속을 저버리고 도망쳤나요? 눈이 없어서 나는 먹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굶고 있어요." 부엉이는 이 말을 하고 지쳐서 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소경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부엉이는 먹지 못해 그만 죽어버렸고 소경도 다시는 세상을 못 봤습니다.'

이 글을 보면 부엉이는 민초, 소경은 위정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초들은 죽든 말든 자기 욕심만 채우는 위정자들.

또 하나, 굉장한 부자 집 아버지가 가난한 사람들이 어찌 사는지를 보여주려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시골로 갔다. 둘이서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의 농장에서 2~3일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

"어때 재미있었냐?"

"네"

"그래, 무얼 배웠느냐?"

아들이 대답하기를, "우린 개가 한 마리 뿐 인데, 그 사람들은 네 마리더라고요. 우린 수영장이 마당에 있는데 그 사람들은 끝없는 개울이 쫙 놓여 있더라고요. 우리 정원에는 수입 전등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밤에 별이 총총히 빛을 내더라고요."

이어 말했다. "우리는 작은 정원에서 사는데 그 사람들은 넓은 들과 함께 하고 있더라고요, 우린 하인들이 우리를 도와주는데 그 사람들은 남들을 도와주더라고요. 우린 음식을 사서 먹는데 그 사람들은 직접 길러 먹더라고요. 우리 집은 담장으로 둘러 쌓여있는데 그 사람들은 친구들에게 둘려 싸여 있더라고요."

어때요, 위정자 아저씨? 이 집 아들 심성과 세상을 보는 시점이 우리네 민초들과 똑 같다는 생각이 안 드세요? 그럼에도 우리 민초들을 그저 표만 얻는 도구로만 생각하시고 싶으세요?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