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약 한달 전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한밤 중에 전화가 와서 받은 적이 있었다.

전화의 용건은 본인이 현재 체포돼 수갑을 차고 있으니 경찰서에 와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평소 선량한 지인이 체포된 이유는 물건 배송문제로 택배기사와 말다툼 과정에서 택배기사가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이 범죄자 취급을 하며 지인에게 신분증의 제시를 요구하는 것이 못마땅해 불응하자 즉시 수갑을 채우고 연행하였다는 것이다.

지인을 체포한 경찰관의 행동은 과연 적법한가에 대해 검토를 하는 도중, 뉴스를 통해 무고한 시민을 오토바이 절도범으로 오인해 체포과정에서 머릴 밟고, 과잉대응에 항의하며 동영상 촬영을 하는 시민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한 사건을 보면서 체포의 적법성에 대한 칼럼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체포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를 단시간동안 수사관서 등 일정한 장소에 인치하는 제도다.

체포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므로, 법에서 근거를 둬야 하는데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 긴급체포, 현행범인의 체포를 인정하고 있다. 긴급체포는 중대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법관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체포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행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를 하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어야 하며,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와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야 한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긴급체포함에 있어서는 범죄사실의 요지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 체포 후에는 즉시 긴급체포서를 작성해야 하며, 검사는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긴급체포서를 첨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위 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발부받지 못한 경우에는 즉시 석방을 해야 한다.

영화 추격자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지영민을 풀어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다행히 지인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후 즉시 석방됐다. 만약 지인이 즉시 석방되지 않았다면 어떤 구제방법이 있을까. 지인은 일단 변호인을 선임하고, 변호인과 접견을 할 권리가 있으며 조사과정에서 변호인을 동석해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체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거나, 체포의 절차가 지켜지지 않아 체포가 부적법하다면 종국적으로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해 석방될 수 있을 것이다.

직권을 남용해 불법체포를 한 경우라면 형사고소를 통해 처벌할 수 있으며,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수사기관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막강한 수사권을 행사함에 있어 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철저히 지키지 않는다면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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