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정감사에서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의 부실한 국정 운영 실태가 드러났다. 쌀 수입 개방에 따른 농가의 실질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이 제도의 운영이 알고 보니 개판이란다. 실제 벼농사를 짓는 농민에게만 지급해야 할 직불금이 실제 경작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공무원, 기업체 임직원,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등에게 지급되었단다.
더욱이 정부 고위직이나 일부 여당 국회의원 등이 지급받았다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한마디로 사회지도층의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인 것이다.
농협수매 실적이 있는 7만여 실경작 농가들이 직불금을 받지 못하였다니 정말 안타깝고 억울하다. 반면 수십·수백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강부자들이 농지임대나 농지전용 등의 방법으로 직불금을 부당 수령하였다니 과히 그들의 쌍끌이 돈벌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부자들만을 위해서 종합부동산세를 낮추겠다고 앞장서는 정부·여당이 야속하기만 하다.
남부럽지 않을 만큼 사회적 지위와 부를 축적한 자들이 그들에겐 푼돈에 지나지 않는 직불금을 부당하게 신청하는 것일까?
바로 양도세 감면을 노린 꼼수를 부리기 위함인 것이다. 세금을 덜 내고 재산을 더 증식하려는 그들의 얄팍한 속내가 얄밉다. 결코 이런 일이 없도록 국세청에서는 철저하게 색출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야단법석이다. 여당에서는 소속 국회의원과 고위직 공무원이 연루되면서 다시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난과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李봉하와 盧봉하 대결, 참여정부의 부실한 제도마련, 대선민심을 의식한 직불제 감사자료 은폐 탓이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 정권이 바뀌고 7개월 동안 무엇을 했다는 말인지 모를 일이다. 바로 이러한 진정성에 의심을 받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지금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한심하다.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 공개와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도 직불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엉성하게 마련된 쌀 직불제 도입과 부실한 운영의 책임·감사결과의 미발표에 대한 의혹, 혹여 부당 수령한 당직자가 유무에 대해서 조바심하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직불금 문제에 대해서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 농민과 국민 입장에서 처리하고, 불법적으로 쌀 직불금을 받았다면 형법상 사기죄라고 강조하였다. 그의 이러한 의지가 꼭 이루어져서 낱낱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조사, 명단공개의 요구를 즉시 수용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의 만남에서 농민들의 분노를 해결하고 희망을 줄 묘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야가 처한 유리한 입장만을 고집하는데 급급하여 이 사태를 지지부진하게 처리하거나, 서로 이해관계의 타협점을 찾아 적당하게 꼼수를 부려서도 안 된다. 투명하고 원리원칙에 따라 밝혀져야 농민이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다.
혹시 정부·여당은 고위직 몇 명의 명단만 공개하고 흐지부지 꼬리를 내리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다시 국민의 촛불민심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조사대상에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까지도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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