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방위산업·자원개발 등 이른바 사자방 비리 의혹은 야권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했던 사안이고, 그 중 자원외교 비리는 특위가 설치됐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얼마 전 종료됐다.

자원외교 뿐만 아니라 전 정권의 비리 의혹 사업의 진상을 밝혀내는 일은 온전히 검찰의 몫으로 남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첫번째인 자원외교 수사부터 실망이 크다. 자원외교 같이 정권차원에서 진행된 이 사업에 대해서 수사를 할 것인가, 언제 어떻게 착수할 것인가를 법무부와 검찰 스스로 결정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청와대 민정라인이 기획단계에서부터 개입했을 것이다. 최고의 검찰 엘리트들이 움직인 수사인데도 이번 진행 과정에서 빚어진 일들이 나라를 온통 뒤 흔드는 것을 보면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수사받던 기업 회장이 자살했고,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엮여 정권이 흔들릴 지경이다. 제 발등을 찍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수사 결과가 기대했던 방향을 크게 벗어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청와대 주변에서는 현 민정라인이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냐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칼을 정확히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외교 수사의 가장 큰 문제는 마치 경남기업이 대표적인 자원개발 비리 기업인 것처럼 부각됐다는 것이다.

핵심을 비껴갔다. 석유 개발권을 확보한답시고 껍데기만 남은 캐나다 기업을 인수해 2조원을 날린 석유공사,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의 리튬 탐사 개발권을 확보했다고 자랑했지만 결국 수천억원을 날린 광물자원공사 등이 주요 수사대상이 돼야 이치에 맞다.

이들에 비하면 중소기업 축에도 못들고 현 정부 실세들에게 겨우(?) 정치자금 3000만원, 1억, 2억원, 7억원을 줬다는 기업이 타깃이 됐다.

개인 불법행위와 분식회계가 발견됐기 때문이겠지만, 그로 인해 본 줄기를 놓쳐버린 셈이 됐고 적어도 충청도인들은 전 정권과 연류된 기업비리는 경북 포항기업들에 더 많지 않았겠는가라는 불만을 갖고 있다.


 곁가지를 수사하는 동안 총리가 사퇴했고 정권창출의 핵심들이 수사대상에 올라 언제 소환될지 모르는 지경에 처했다. 자원개발을 빌미로 수 조 원을 챙겼을 거라는 의혹을 받는 주인공들은 아마도 숨어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경남기업이나 불법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돼 가는 것 같지도 않다.

경남기업이 증거가 될 만한 서류 수 천 톤을 파쇄했다는 증언들이 잇달아 보도되고 있는 상태에서도 검찰은 손놓고 있었다.

뒤늦게 성 전 회장 측근을 소환했지만 다들 입을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그들의 입만 처다보게 된 상황이 됐다.


 시중에선 “정권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한 대통령 측근 8인방이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손 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래야 만사가 편해지는지도 모른다. 이런 결과를 의도했다면 검찰과 민정라인은 일단은 ‘성공’했다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그런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게 문제다.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말은 아직 도처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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