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무직자가 고시원에 불을 질러 6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분노가 치민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한 정신이상자의 우발적 범행으로 치부하기에는 걱정스런 구석이 많다.

범인은 2002년 지방에서 상경한뒤 식당 배달이나 주차원을 전전했다고 한다.

최근엔 그나마 일자리가 없어 월세와 전화요금을 내지 못하는 등 경제적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불만이 사회에 대한 복수의 형태로 폭발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날로 심화되는 자본주의의 경쟁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적 외톨이'가 우리나라에 100만 명을 넘는다. 지난해 전국에서 일어난 현실 불만형,우발적 범죄도 무려 39만8913건에 달했다.


무한경쟁에서 뒤쳐진 소외감과 빈부격차에서 오는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넘쳐난다면 이번 같은 '묻지마 살인'이 또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올들어서만 이런 살인이 벌써 4차례나 일어났고 지난해 현실 불만형, 우발범죄가 전년보다 3만6000건이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당국은 이번 사건도 결코 단순한 개별 사건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반사회적인 행동의 조짐을 보이는 사람을 미리 가려내 정확한 진단을 거친 뒤 수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이밖에도 더 있다. 불만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고시원이나 쪽방식 시설에 대한 화재예방 대책도 이번 기회에 재점검해야 한다.


고시원 이용자가 11만명이고 이중 6만 명은 고시생이 아니라 숙박용으로 기거하는 사람들이라니 철저한 시설 점검과 관리가 없다면 대형 참사는 언제 또 일어날 지 모른다. 억울하게 숨지거나 다친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묻지마 살인'의 원인이 국가사회적 안전망 부실에 있다면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합당한 배상을 해주는 건 당연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