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관악을서 결정적 '기여'
광주 서을 '무소속' 천정배 당선
여권 프레임에 휩쓸려간 모양새
새누리는 끝까지 단일대오 유지
통진당·종북심판론으로 세 몰이
지역경제활성화 초점 전략 주효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승부에는 야권 후보의 분열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보수 정당이 27년 간 당선자를 내지 못 했던 서울 관악을에서는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20.2%를 득표해 결국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과반을 얻지 못하고도 당선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또 광주 서을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아예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제치고 당선됐다.

역시 야당 강세 지역인 성남중원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정환석 후보와 옛 통합진보당의 무소속 김미희 후보가 각각 35.6%, 8.5%로 표를 나눠 가져가면서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에게 맥없이 무너졌다.

이렇게 야권은 분열했지만 새누리당은 단일 대오를 유지했다.

김무성 대표는 선거 초반부터 관악과 인천에서 모두 기존 당협위원장의 무소속 출마를 차단하고, 선거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물밑에서 공을 들였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선거 전략에서도 새누리당이 우위를 보였던 셈이다.

또 새누리당은 초반부터 통합진보당의 정당 해산에 따른 보궐선거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동시에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연대했던 새정치민주연합까지 싸잡아 '종북 심판론'으로 야당을 코너로 몰았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야권 단일화'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 들지 못 했고, 결국은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표가 분산되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와 함께 '성완종 파문'이 당초 예상만큼 여권에 초대형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파문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박빙 판세라는 전망이 더해지면서 투표율이 오르기는 했다. 그러나 투표율이 오르면 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통념은 빗나갔다.

여권에서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성완종 특혜 특사 의혹을 제기하자 반전 흐름이 나타났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리지 못 한 채 새누리당이 짜놓은 프레임에 끌려 들어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결국 성완종 사건이 야당 지지자만 투표장으로 이끌었던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위기를 느낀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인천 서·강화을에서도 박빙 우세라는 예측과 달리 안상수 후보가 10% 포인트 이상 여유 있게 따돌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는 '선거의 여왕'으로 통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하루 전 '병상 메시지'도 보수층 표심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리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는 동시에 정치 개혁과 노무현 정부 시절 특혜 특사 의혹을 제기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자 여당 지지층이 더욱 똘똘 뭉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병상 메시지를 놓고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 테러를 당한 뒤 "대전은요"라는 한 마디로 선거판을 뒤집었던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다.

선거 운동 방식의 차이도 승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줌마'(새누리당+아줌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던 새누리당의 전략에 야당은 허를 찔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거꾸로 현 정부의 경제·인사 실패를 비판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권 심판론'은결과적으로 지역 표심에 침투하는 데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못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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